거침없는 개성표현 "문신은 패션이다"

문신 신드롬 확산, 신세대들의 멋내기 아이템

5월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 기념 한·일 축구대항전. 결승골을 터트린 국민적 '영웅' 안정환(27.스미즈 S펄스) 선수가 상의를 벗는 순간 축구 팬들은 그의 양쪽 어깨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깨에 새겨진 원과 막대 모양의 '문신'때문이었다. 오른쪽팔에는 십자가, 왼쪽 팔에는 영어 대문자로 새겨진 '혜원 러브 포에버'(HYE WON LOVE FOREVER)라는 문구가 TV화면을 통해 선명히 드러났다. 안정환의 문신 골 세리머니가 젊은층 사이에 "액세서리보다 폼난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키켠서 '문신'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특히 양쪽 어깨를 드러낼 수 있는 패션의 계절적 특성과 맞물리면서 문신은 신세대들 사이에서 '섹시 퀸·킹카'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문신은 별다른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아도 작은 문양만으로 자신의 개성과 아미지를 한껏 살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여기에 '사랑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인기가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가치관의 표현, "소신을 남긴다"

한때 조직 폭력배들의 전유물과 같았던 문신이 일반에게 퍼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작년 월드컵 거리 응원때 얼굴과 손, 팔에 붙이는 스티커 형 문신은 필수 아이템이이었다. 태극기나 월드컵 엠블렌 등이 주를 이뤘지만 붉은 악마들은 다양한 얼굴 화장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월드컵 문신의 추억은 이번 한·일전을 계기로 문신 마니아층을 넘어서는, 대중적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신드롬'을 몰고 온 것이다. 문신 열풍으로 백화점 마다 문신 이벤트가 열리고, 문신 시술소 및 관련 모임은 300여개로,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커뮤니티는 90여 개로 크네 늘어났다.

문신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포털 다음의 문신동호회인 '문신 예술세계(cafe.dume.net/tattoo)에 가입하는 신규 회원들이 하루 평균 300여명. '사나이훈'ID의 남성은 "손바닥 크기 정도의 문신을 하고 싶으니 광주 지역의 시술하는 곳을 알려달라"고 문의했으면 ID'피자'는 "용이나 호랑이 문신을 하고 싶다"며 비용과 시술 방법을 물었다.

이 까페를 운영하는 안효엽(28)씨는 "문신은 자신에 몸에 '소신'을 남기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

그래서 문신을 유행으로 가볍게 치부하고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는 일침을 놓는다. "안정환 선수의 문신을 보고 그냥 '멋지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문신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평생 몸에 남고, 때로는 사회적인 불이익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문신을 하려면 대단히 고통스러운 아픔을 껶어야 한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목이나 가슴 등은 살이 부드러워 더욱 아프다. 작업 시간도 충분히 가져야 마음에 드는 무신을 새길 수 있다. 작은 문양이라면 하루에 끝낼 수도 있지만, 보통 서너 차례에 걸쳐 문신을 새기는 것이 기본. 서두르면 제대로 된 작품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신업소를 결정할때는 기술은 물론 위생상태도 반드시 확인해애 한다.

물론 돌풍을 일으킨 문신은 피부 밑에 새겨넣는 진짜 문신은 아니다. 대부분 일정 기간만 유지되는 패션 문신들이다. 진짜 문신을 새길 용기는 없지만 이에 버금가는 포인트를 주고 싶을때 사용한다. 식물 염료를 사용해 약 3~4주간 유지되는 문양을 그려 넣는 인도식 문신헤너(Henna)와 보석처럼 빛나는 인조 크리스털 알갱이를 어깨나 팔·목 등에 붙어 시선을 사로잡는 '크리스털 타투'등 스티커형 문신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인도식 문신 '헤너'가 최첨단 유행 아이템. 서울 압구정동이나 홍대 입구 등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유행 키워드로 퍼져나가고 있다.


영구문신 보다는 그리고 붙이기 선호

홍대 앞 헤너 전문숍인 '헤너디자인(www.hennadesign.com)에는 점심시간부터 밤 깊은 자정녘까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 만난 최성호(31·자영업)씨는 동남아 원주민의 전통 문신에서 따온 갈퀴 모양의 '트라이벌'띠를 팔에 새기고 있었다. 가격은 3만원.

최씨는 "웨이크보드 동호회에 나가는데 문신을 하고 온 친구가 너무 멋있었다"며 "진찌 문신이 아닌 '헤너'라서 새기는데 아프지 않고, 선명하게 나와 맘에 든다"고 말했다.

헤너디자인에서 헤너를 그려주는 양은지(26)씨는 "처음에 망설이다가 3~4주 정도면 지워진다면 말에 안심하고 패션 문신을 받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조그만 문양으로도 자신만의 개성을 강ㄹ려하게 드러내는 문신 문화에 매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너는 원래 인도의 1년생 자생식물 이름이다. 나뭇잎을 염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물 이름이 그대로 문신법으로 통용된 것이다.지난해부터 붐이 인 헤너는 인도풍 문양이 올해 유행 중인 히피나 짚시풍 에스닉 패션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헤너로 팔뚝에 간단한 모양을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5~10분. 시술 방법도 간단하다. 붓으로 그린 뒤 약 1~2시간 말리면 그만이다. 가격은 작은 나비처럼 간단한 문양의 경우 기본 1만5,000원부터 시작된다.

몸에 그리는 방식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스티커형 문신이 제격이다. 한번 붙이면 일주일 이사 가는 스티커형 문신은 장당 2,000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최근에는 나이트클럽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데 그만인 '야광형 패션 타투'도 새롭게 나왔다. 인터넷 쇼핑몰 타투박스(www.tattoobox.com)의 이장우 팀장은 "스티커형 문신 수요가 작년에 비해 6~7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엔 여름느낌을 살리는 물고기나 바다 문양의 타투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며 말했다.

반짝이는 보석 효과를 주는 '스와로브시키'의 '크리스털 타투'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올해에는 배꼽을 장식하는 액세서리 개념의 '크리스털 밸리 주얼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전망이다. 배꼽티나 수영복을 입을때 활용하면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입력시간 2003/06/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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