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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미의 홀인원] 자기 절제와 심리적 안정

[박나미의 홀인원] 자기 절제와 심리적 안정

인간은 심리적 요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프로 골퍼든 아마 골퍼든 자기 실력이 아니라 심리적 갈등이나 혼돈 때문에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간혹 골프를 칠 때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클럽을 휘두르는 바람에 ‘자기 절제도 못하는 골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그 때마다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할 걸’ 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골프에 있어서 ‘자기 절제’는 필수적이다.

세계적 톱프로인 박세리, 어니 엘스, 닉 팔도 등을 배출한 미국의 데이비드 레드베터 골프 스쿨에서는 프로 골퍼로서의 세가지 요건을 중시한다. 좋은 체력과 정교한 스윙, 그리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 자세다.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필 미켈슨 같은 월드 스타들은 거의 대부분 정신과 담당 의사가 있다. 경기가 잘되든 안되든 정기적으로 꾸준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전문적인 심리 치료를 꾸준히 받는 시스템은 없다. 물론 최근에는 경기 전에 자신감을 고조 시키는 ‘최면요법’을 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 치료는 받는 일부 선수들 중에는‘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신과 치료가 골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증명된 사실이다.

올해 2월 필자는 미국 LA에 있는 한 작은 교회를 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목사님과 식사를 하던 중(참고로 필자는 크리스천은 아님) 최경주 프로가 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경주 선수가 첫 우승을 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우승컵을 신에게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목사님에 따르면 최 선수는 자신의 우승을 ‘기도에 대한 답변이요, 선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신 치료나 최면요법 보다는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믿음이 자신을 더 평온하고 강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을 회개하고 사심을 버린 채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강수연, 박지은 선수는 항상 왼쪽 손목에 염주를 차고 다닌다. 몇 년 전 박지은 선수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한국에 나온 적이 있었다. 안부를 묻는 전화를 했더니 “절에 가서 108배를 드렸다”고 했다.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이런 방법으로라도 다잡아 보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국내 골프 선수들을 보면 좋은 골프 클럽, 좋은 코치, 좋은 보양음식,최면 요법 등 골프에 좋다는 것은 모두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심리적 안정 방법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종교든, 최면 요법이든, 아니면 심리 치료든 간에.

공동 1위끼리 겨루는 연장전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는 박세리는 “연장전에서 몰려오는 팽팽한 긴장감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그런 긴장감을 역으로 즐기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것이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박세리는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정신적 안정을 찾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많은 프로 선수들과 아마 골퍼들은 이런 긴장 해소의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골프는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인생’ 같은 운동에 내 자신을 맡길 수 있는 믿음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으면 좋겠다.

박나미 nami8621@hanmail.net

입력시간 2003/06/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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