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용규 대신증권 대치동지점 부장

"주식에 인생역전의 길 있다"

경기가 가라앉을수록 사람들은 행운에 목말라 한다. 열풍이 많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로또’가 대표적인 예. 돈 없는 소시민들이 6개의 숫자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동안, 우리 사회는 자칫 ‘인생대박’을 꿈꾸다 쪽박을 차게 될지도 모를 한탕 중독자들을 알게 모르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대박 광풍은 이미 일찍부터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주식투자다. 하지만 대신증권 대치동 지점의 신용규 부장은 적어도 로또보다는 주식투자가 누구나 꿈꾸는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한다.


BUY KOREA는 유동성 잔세 신호탄

“최근 장세는 유동성 장세의 시작입니다. 일반인의 자금이 조금씩 몰리면서 일반인들의 선호주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최근 인터넷주, 건설주, 은행주, 증권주가 반등을 시작한 것이 바로 그 흐름의 하나인 셈이죠.”

그가 요즘 장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외국인의 자금이 다시 유입된다는 것. 그간 SK와 북핵 문제로 인해 우리 시장에 불안감을 가졌던 외국 투자자들이 노무현 대통형의 방미 이후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다시 ‘BUY KOREA’에 나섰다는 것이다.

“본래 주식은 분위기가 장세를 주도하는 경우가 강해요. 사실 올해 초까지는 경기 침체도 문제였지만 국내외의 악재가 맞물려 비관적인 분위기가 장을 짓누르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악재들이 전부 장에 반영되면서 분위기가 낙관적으로 전환되었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거죠.”

조심스럽게 섬머랠리의 분위기를 띄우는 신 부장이지만, 그래도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흔히 주가가 바닥을 칠 때 주식을 사는 걸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게 그의 경험담.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리스크가 더 커지므로 그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오래한 분중엔 로또와 주식투자중에 차라리 로또가 낫다는 분들도 있어요. 로또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의해 대박이 결정되는 데 비해 주식투자는 주변의 변수가 너무 많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하지만 전 이런 투자자들이 과연 주식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를 했는지 의문입니다. 주변 상황도 상황이지만 결국 준비되지 않은 주식투자의 결과가 투자자들에게 실패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도 증권사에 입사하기 전엔 증권에 대해선 문외한에 가까웠다. 처음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곳은 대기업의 제조업 파트. 순탄하고 안정된 직장생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조롭고 정체된 느낌이 그를 괴롭혔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좀 더 공부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대신증권의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공부를 더 할 생각에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 순간에 증권회사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가 입사할 무렵인 88년 당시엔 주식시장이 800~900선을 왔다갔다 할 정도로 굉장한 활황기였거든요. 거기다 금융이라는 분야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주변의 영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제조업에만 있던 저에겐 무척 신선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원서를 내고 입사를 했죠.”

입사 초기엔 모든 신입사원이 영업파트를 거쳐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영업점에서 일을 했다. 그는 영업을 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열의는 가득하지만 공부를 하려는 노력이나 뭔가를 배우려는 도전 정신은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짧은 영업점 생활을 마치고 그는 본사에서 회사 자산을 운용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위한 올바른 투자가이드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그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 한 출판사에서 제의가 왔다.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리서치해서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속시원하게 담아내자는 것. 서점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쉽게 알자! 주식투자’는 이렇게 탄생했다.


단기차익 노린 투자, 위험성 높아

“책을 쓰려고 투자자 3,000명이 보내온 독자카드를 참고하고 전화 인터뷰만 300명을 넘게 했어요. 그런데 모두들 제일 궁금한 게 뭐냐고 여쭤보니까 어떤 종목을 사야 돈을 벌 수 있냐는 거에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오더군요.” 그가 지적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크게 세 가지.

단기차익을 노린 무모한 ‘몰빵투자’와 주식투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무지, 리스크 높은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기업에 대한 정확한 수익분석이나 장래성에 대한 공부없이 그저 돈놓고 돈먹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나 이틀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스캘핑(분, 초 단위로 주가 흐름을 지켜보다 움직임이 빠르고 큰 주식을 포착하여 단기시세차익을 챙기고 빠져 나오는 초단타 매매 기법)을 하다가 돈은 얼마 못 벌고 수수료만 날리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고 얘기하는데 여기서 얘기하는 여유자금이라는 건 몇 달, 몇 년을 두고도 쓸 일이 없는, 말 그대로의 여유로운 자금을 얘기하는 겁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며칠, 몇 주, 몇 달의 여유 기간이 있는 자금을 여유자금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투자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투자에 중압감이나 불안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되는 자금이에요.”


준비안 된 주식투자가 실패 불러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안타까운 것은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것. 자신이 얼마를 잃을 것인지에 대한 리스크 대비에는 전혀 무방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이 조금만 침체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엔 어떤 투자자가 방송국에다 전화해서 주식 좀 사달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어요. 문제는 이것이 실화라는 것이죠. 그만큼 주식에 대해 백치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많다는 반증일 겁니다.”

최근 그는 대치동 영업점 부장으로 발령나면서 14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현장에서 처음 느낀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는 그대로라는 것. 그럴수록 그는 자신의 책에 담긴 올바른 투자 지식을 널리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주식투자는 수영이나 등산처럼 취미나 게임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영이나 등산도 사전 운동을 게을리하면 물에 빠지거나 조난을 당할 수도 있는데, 주식투자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어 평생 모은 귀중한 돈을 한꺼번에 날리는 불행을 초래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분수에 맞게 투자를 해서 인생을 즐겨야 합니다..”

오유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6/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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