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두릅나무

두릅나무라고 하면 누구나 안다. 아니 두릅나무를 알기보다는 두릅을 안다. 봄이 오면 두릅순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맛을 보면 그 쌉싸름하고도 달콤 신선하며 단번에 입맛을 돌게하는 그 특별한 맛이란.

하지만 나무로서 두릅나무를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나무에 적절하게 순이 오르면 어떻게 하면 남들의 손이 가기 전에 내가 차지를 할까 하는 생각들만 한다. 손을 타지 않아 가까스로 살아남은 새순이 쑥 자라 올라 잎을 펼쳐내고, 또 어떤 꽃을 피워내는 가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두릅나무는 낙엽이 지는 그리 높이 자라지 않는 우리의 나무이다. 두릅나무의 순을 따본 이는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어느 산에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거지고 깊은 산골짜기 보다는 숲 가장자리, 숲에 난 길 옆, 볕이 드는 곳에 분포한다.

두릅나무는 다 크면 높이가 3~4m 정도 자라지만 이만큼 크기를 보기 어렵다. 본래 9개에서 21개 정도까지 달하는 작은 잎들이 모여, 이렇게 모인 잎들이 다시 두 번 또는 세 번 모여 전체적으로는 40~100㎝에 달하는 아주 커다란 큰 복엽을 만든다. 이 큰 잎들은 엄격히 말하면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 밀집하다 보니 마치 모여 난 듯 보인다.

제법 무성하게 줄기에 달리는 가시도 특징 중 하나이다. 가시는 오래 묵은 굵은 가지가 아니라 새로 난 여린 가지일수록 무성하니 동물이건 사람이건 맛있는 새순을 탐내는 것을 지키기 위함일 터인데 아무래도 중과부적일 듯싶다.

잎이 펼쳐지고 나면, 가지 끝에서 유백색의 꽃차례가 달린다. 꽃도 잎처럼 하나하나는 아주 작은 꽃들이지만 이들이 처음에는 공처럼 둥글게, 다시 이들이 포도송이 모양으로 달려 전체적으로는 주변이 환 할 만큼 아주 크게 보인다. 가을이면 꽃이 달린 자리엔 구슬처럼 작은 열매들이 검은 자주 빛으로 익는다.

새순이 유명한 식용자원이니 이젠 재배하는 곳도 여럿이다.(두릅나무 순이 필요하다면 모두 재배했으면 싶다.) 어떤 분들은 이 나무를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재배하면 순이 커져도 억세지 않아 두고두고 따서 먹을 수 있다고도 한다. 약으로도 쓰이는데 주로 뿌리나 껍질을 쓰고, 꽃이 피면 벌들이 많이 찾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겠지만 마당에 심어두고 순과 잎과 꽃을 모두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키우려면 씨앗을 뿌려도 되고 뿌리 근처에서 돋아나는 맹아지를 나무에 심어도 된다. 아주 잘 자라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두릅나무마다 순을 잘라버리면 나무는 잘 자랄까?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사실 나무들은 여러 가지 위험에 대비하여 새순이 될 눈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만일 한 뼘쯤 자란 순을 잘라 버리면 그 옆에 있는 다른 눈(芽)들이 자라 대비하는 등 여러 가지 장치를 하고 있지만 올라오면 또 자르고 올라오면 또 자르고 결국 그 나무가 잎을 펼쳐내는데 실패한다면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들 수 없으니 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르익은 한 여름 혹 산길을 가다 밝게 펼쳐 내놓은 두릅나무의 꽃차례를 보거들랑,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살아 남아 꽃까지 피워낸 그 노고에 치하를 해 마땅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2003/06/19 14:2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