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프레소] "즉흥선율의 짜릿함이 바로 행복"

보컬 장정미

“지금은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지만, 클럽에 가서 노래 부를 때가 바로 제 본연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가수 장정미(30)는 여전히 바쁘다. 학교 강의, 학원 레슨, 재즈 클럽 출연, 레코딩 작업 등 재즈 뮤지션으로서 감당해야 할 소임을 그녀는 마다 않는다. 음악과 관련된 작업은 서울서 다 한다.

도예가인 남편 이경한(32)을 따라 벽촌에서 살고 있는 그녀가 일주일을 반반씩 쪼개 4일은 서울, 3일은 지방에 할애하는 것은 현실적 선택이다. 도자기를 굽고 있는 남편과 갓 태어난 자식, 그리고 재즈. 몸이 하나인 것이 아쉬울 뿐이다.

휴대폰이 “잘 안 터지는” 벽촌에 그는 산다. 버스도 안 다니는 충남 연기군 진동면의 외딴 산기슭이 그의 터전이다. 쉽지 않게 이뤄진 휴대폰 통화는 그러나 뜻하지 않게 끊겨야 할 때가 있다. 채 한살도 안 된 아이가 울음보를 터뜨리는 데는 어쩔 도리 없다.

홍익대 미대를 다니던 중 재즈에 심취한 그녀는 취미 삼아 재즈 클럽의 무대에 서면서 재즈의 여정으로 빠져 들었다. 그녀의 장기는 자유로운 스캣이다. 특별히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운 바도 없지만, 그녀는 육감으로 자기류의 스캣을 개발했다. 특별한 지도를 받지 않고 거의 본능적으로 개발된 그녀의 보컬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 재즈 클럽을 강타하고 있다.

블루문(화요일 밤 9시)에서는 서덕원(드럼), 배소희(피아노), 오정태(베이스), 이인관(색소폰) 등과 결성한 서덕원 쿼텟과 함께 스탠더드 넘버를 들려 준다. 또 천년동안도(화요일 오후 6시 50분)에서는 유영수(드럼), 박해성(피아노), 한현우(베이스) 등으로 이뤄진 유영수 트리오의 반주로 스탠더드나 팝을 부른다. 두 클럽이 갖는 의미는 각각 다르다.

모니터 스피커의 음향 상태가 우수한 블루문은 사실 뮤지션들끼리 새 음악을 탐색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모니터 스피커의 음향 상태가 우수해 팀의 사운드를 체크하는 데는 그만이죠.” 업소 문을 닫고 난 뒤 멤버끼리 갖는 자유스런 연주의 맛이 그만이라는 말이다. 그녀는 “함께 잼(즉흥 연습)할 때, 관객 앞에서는 안 나왔던 선율이 저도 모르게 터지면 저 스스로 놀라고 짜릿해 진다”며 “그래서 폐문 시간인 12시 반을 넘기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낙엽(Autumn Leaves)’을 비밥 풍으로 잼 할 때였는데, 정말 예기치 못 한 즉흥 선율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그만 둘 수 없었어요.” 이런 그녀에게 어떤 동료는 “보통 보컬이라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기 일쑤인 감흥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 놓기까지 한다. 요컨대 너무 실험적이라는 지적이다.

왜 당신은 그렇게 외곬로 파고 드는가? “재즈 뮤지션이라면 인기를 떠나, 이 음악을 하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그것이 바로 재즈 즉흥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나의 재즈란 곧 나의 생활, 마음, 가치관, 인생”이라며 자신의 삶 모두가 곧 자신의 재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이기도 하다. 명지대 실용음악과(목), 인천 재능대(금) 등 대학 두 곳의 강의는 물론, 개인 레슨 등만 해도 만만찮은 일이다. 여주대, 대구예술대에 이은 대학 강사직이다. 재즈학과가 신생 학과인만큼 운영 체계가 허술한 구석이 한 둘 아니다. “학과장과도 싸운 적이 있지만, 여타 기악 부문에 비해 너무 약한 보컬 부문에 기초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해 오고 있어요.” 어떨 대는 신청 학생이 없어 폐강 위기에 처 한 적도 있지만, 그는 재즈 강사 일을 버리지 못 한다. “재즈에 중독된 아이들을 보면, 제 어려움은 어느새 다 잊혀져요.”

현재 그는 박해성과 만든 ‘Malfunction’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두 사람 이외의 멤버들은 그 때 그 때 구해서 쓰는, 이른바 프로젝트 밴드다. 현재 홍대앞 클럽 ‘에반스’에서 한두달에 한번 꼴로 활동중인 이 밴드는 베이스와 드럼을 물색해 새로운 팀을 구성하면 첫 CD를 곧 발표할 계획이다. 스탠더드, 펑키, 발라드 등 다양하게 작품은 확보해 둔 상태다.

아들은 7월이면 첫돐이다. 장정미는 “아이 보기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는 남편의 외조덕에 재즈 보컬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며 고마움 같기도, 미안함 같기도 한 말을 전했다.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2003/06/19 14: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