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이적

독특한 음악스타일로 인기몰이

“여러분이 사람 한 명 살린 거예요.”

최근 솔로 2집 앨범 ‘2적’을 들고 나온 이적(29ㆍ본명 이동준). 6월 10일 서울 강남의 m.net 방송국에서 만난 이적은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루 평균 5~6개의 방송과 인터뷰가 잡혀 있는 빡빡한 스케줄임에도 그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중순에 발표한 솔로 2집 음반이 발매 1주일 만에 주간 음반 판매 순위 1위에 오른 이래 순조롭게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앨범 발매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까 음악적 완성도면에서는 자신 있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가늠하기 어려웠죠.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는 점도 염려됐고요. 그런데 이렇게 잘 돼서 힘을 얻었어요.”


3년 공백기 날려버린 팬사랑

1999년 솔로 1집을 내고, 이듬해 퓨전 재즈그룹 ‘긱스 2집’을 낸 이후 이적은 한동안 잠잠했었다. 95년 김진표와 듀엣 ‘패닉’을 결성, 소시민의 왜소한 삶을 감미로운 발라드에 실은 노래 ‘달팽이’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그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앨범을 발표해 왔다. 때문에 3년이라는 공백기는 그에게도, 팬들에게도 무척 긴 기다림이었다.

“4월초에 공익근무요원에서 해제됐어요. 자의든 타의든 긴 공백기를 가지면서 나름대로 저의 음악 색깔을 재정립해 봤어요. ‘패닉’으로 출발해 ‘카니발’, ‘긱스’ 활동을 거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이제 새롭게 한 단계 올라서야 할 때라고 판단했어요.

자칫하면 음악과 멀어지기 쉬운 환경에서 그냥 무심코 있다 보면 정말 나중에 도태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음반은 단순히 저의 두 번째 솔로 음반이라기보다는 음악 인생의 제2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라는 면에서 더 큰 의미를 둬요.”

그렇다고 공백기간을 허투루 보낸 것 아니다. 후일의 도약을 위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현재 4만 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적닷컴(www.leejuck.com). 꽤 치밀함이 엿보인다.

“지난해에 홈페이지를 열 때는 사람들이 저를 기억이나 해줄까 싶었어요. 근데 제대하기 전까지 1년새 2만 여명이나 가입해 무척 놀랐어요. 너무 감사했고요. 활동을 접은 순간에도 변함없이 저의 음악을 아껴주시는 그런 분들이 계시니 다시 앨범을 들고 나올 용기가 생겼죠.”

하루를 멀다 하고 많은 스타가 뜨고 지는 요즘의 연예계 풍토에 비춰볼 때, 그에 대한 팬들의 변함없는 관심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20대 이상에서 막강한 팬층을 거느린 이적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독특한 음악 스타일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다른 스타가 없으니까 팬들이 반가워해 주는 것이겠지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얘기들을 진지하게 응시하는 이적의 음악은 확실히 개성이 있다. 감성적이지만 그렇다고 자조적이지는 않고, 다소 무거운 감이 있어도 침울하지는 않다. 타이틀 곡인 흑인풍의 발라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쓸쓸한 깨달음과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회한이 은은히 흐른다. ‘서쪽숲’은 이적 특유의 동화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쳐가는 이적은 의외로 활동적이고 폭 넓은 교우관계를 자랑한다. 홀로 방 안에 들어앉아 음악에만 몰두할 것 같은 예상을 깬다. 술도 자주 마시는 편이다.

“음반을 내기 전에는 하루 걸러 하루씩 마시곤 했어요. 소주를 즐겨 마시는데 따로 주량은 없어요.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죠. 김진표, 김동률, 정원영, 김윤아씨 등 개성 강한 음악인들과 주로 어울려요. 꼭 음악 얘기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어요. 굳이 말로 ‘잘 해라’ 격려하지 않아도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적은 “가장 혹독한 자극제는 다른 사람의 엄청난 음악”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음악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없이 소중하단다.


김진표와 ‘우정의 패닉4집’ 계획도

그래서인지 이적의 이번 앨범에는 ‘패닉’의 동료 김진표가 랩을 맡아 눈길을 끌었고, 그 역시 김진표의 솔로 앨범 작업을 도우며 우정을 과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앨범이 같은 날 동시 발매됐다.

“앨범 발매 직전에야 알았어요. 원래는 진표의 앨범이 한참 먼저 나올 예정이었거든요. 주변에서는 뜻하지 않게 라이벌이 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전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해요.

‘패닉’ 팬들에게 보다 강하게 어필하게 됐으니까요. 내년이든 언제든 진표랑 다시 뭉쳐 ‘패닉 4집’을 낼 생각이에요. ‘긱스’와 ‘카니발’ 활동도 계속하고 싶고요. 음악세계의 문을 과거로 열어두면서도 결코 이전과 똑같지는 않은 새롭고 발전된 노래를 들려는 게 제 음악의 지향점이에요.”


  • 프로필
  • 생년월일: 1974년 2월 28일 키: 176cm 가족사항: 3남 중 둘째,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어머니 학력: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6/19 15:22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