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진정한 自我를 찾아서

■ 제목 : 확장된 팔
■ 작가 : 레베카 혼
■ 종류 : 바디 아트
■ 제작 : 1970

‘나는 왜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걸까?’ 라는 물음에 답을 하려면 신학적이거나 진화론적인 해석 중 어느 한쪽에는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트렌스 젠더가 등장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하느님에게서 받은 생명이라는 것도 원숭이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가설로써 존재할 뿐 믿음과 사실이란 다르다는 회의를 낳는다.

나무 또는 동물이 되었을 수도, 심지어 생명력이 없는 기계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운명이 여성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특별히 주목했던 아티스트가 바로 레베카 혼이다. 1944년 독일 태생의 레베카 혼은 여성과 남성, 인간과 동물, 또는 인간과 기계 등 아무 의심 없이 존재하는 생명체와 무생명체에 대한 정체성을 그녀 특유의 혼성된 스타일로 파헤쳐 나간다.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적 이미지들과 인간 세계에서 한 무리가 되어온 다양한 동물들, 사람만큼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계 에 이르기까지 그녀를 규정하는 자아의 개념은 주변 환경에 작용하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작품 ‘확장된 팔’은 그녀 자신이 벌거벗은 채 붕대와 같은 천으로 신체를 묶고 그 중 유독 두 팔을 옥죄듯 두텁게 휘감아 길게 확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힐 듯 답답하게 의도된 형상이, 대지에 신체를 지탱 시키는 것은 몸이 아니라 팔이 아닐까 하는 환상마저 들게 한다.

그녀는 확장되고 변성된 신체를 통해, 길들여진 자아의 모습을 탈피하고 세계와 관계된 시선을 자신의 것으로 읽어내고 있다. 만들어진 것들을 떠나 창조의 주역이 되는 레베카 혼의 이색적 작품에서 새로운 자아를 탐색하는 자유를 가져본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6/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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