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 이게 웬 포르노? "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짝짓기 프로그램' 논란
섹스 체위로·옷 벗기 등 수위 상상 초월

엽기 짝짓기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영상 포털사이트 조이프리(www.joyfree.com)가 선보인 ‘리얼쇼! 부킹부킹’이 그것. 지난달 1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공중파 방송의 미팅 프로그램인 MBC TV의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KBS 2-TV ‘산장미팅-장미의 전쟁’과 비슷한 진행 방식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속내용은 ‘하늘의 땅 차이’다. 표현에 한계가 있는 공중파와는 달리 연예인이 나와 과감한 노출도 서슴지 않는다. 동영상을 보고 있다 보면 인터넷 성인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남성과 여성은 파트너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야한’ 게임을 선보인다. 옷벗기 게임을 하거나 섹스 체위로 풍선을 터트리는가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음담패설’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조이프리측은 20대 초반 출연진의 솔직담백한 모습을 통해 요즘 젊은이들의 성의식을 조명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젊은이들의 성의식을 게임이나 대화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건전한 성문화를 끌어내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다”며 “이를 위해 모 공중파 방송 오락프로그램 제작진을 그대로 프로그램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성인방송 뺨쳐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문제의 동영상을 봤다는 이모씨(24)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임 대부분이 에로틱한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솔직히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 빼고는 인터넷 성인 방송과의 차이점을 못느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씨의 의견은 뚜껑을 열어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남녀 각각 3명. 남성 출연자의 경우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탤런트 윤영삼과 함재희, 만능엔터테이너 남창희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여성 3인조 그룹 ‘쿠키’의 이소백, 케이블방송 KMTV ‘생방송 스튜디오 1600’의 MC 김태은, 영화 ‘개판’,‘소풍’ 등에 출연한 이채은 등이 출연한다.

게임은 커플 결정으로 출발하는데 시작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여성 출연자들이 벗어놓은 팬티를 남성들이 하나씩 집어들면 가면을 쓴 팬티의 주인공이 나와 ‘에로틱’ 댄스를 선보인다. 이렇게 해서 커플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데 수위가 웬만한 성인방송 못지 않다.

남성의 성기 부위에 매달려 있는 바나나를 여성 출연자가 입으로 까서 먹는 ‘바나나 게임’, 5가지 섹스 체위로 풍선을 터트리는 ‘풍선 터트리기’ 등 결혼식 피로연에서나 볼 수 있는 ‘찐한’ 장면이 즉석에서 연출된다. 또 게임의 꼴지 커플은 벌칙으로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슴 부분을 상당 부분 노출시키는 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게임 도중 의도적으로 여성 출연자의 치마 속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기존의 관념을 초월하고 있다. 심지어 벌칙으로 팬티를 벗는 여성 출연자의 테이블 및 풍경을 적나라하게 카메라로 잡아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거침없는 섹스 대화

프로그램이 2부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노골적으로 변한다. 2부 프로그램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를 탐색하는 시간. 그러나 말이 탐색전이지 출연자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의 주제는 애무, 오르가즘, 섹스, 오럴섹스, 불륜 등 성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녀 출연자은 연예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절제도 하지 않는 듯 하다. 이들은 젊은 남녀이기에 앞서 일반인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공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를 바꿔가며 키스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팬티를 벗어 흔드는 등 공인으로써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 중 상당수는 ‘재미있다’ ‘쇼킹하다’는 반응이다. ‘이용수’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한번쯤 있었을 법한 일들을 가공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연한 게 인상적이었다”는 글을 올려놓았다. 일부 성미 급한 회원의 경우 “2탄은 언제 나오냐”며 운영진을 종용하기도 한다.

조이프리측도 네티즌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 수위를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는 내용은 1차분이다”며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으면 출연진을 교체해 2차분과 3차분도 제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인방송 못지 않은 수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인증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짝짓기 동영상’의 경우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때문에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까지도 아무런 제재없이 접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림동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김모씨(42)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문제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며 “솔직히 조카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털어놓았다. 네티즌들도 관람 후기를 통해 김씨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종일’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동영상을 보고 나니 15세 이상이 아니라 성인용 관람가인 것 같다”며 “19세 이상으로 심의기준을 조정할 필요를 느낀다”는 의견을 게재했다.


업체간 경쟁 가열 “더 자극적으로”

이와 관련해 회사측도 어느 정도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고, 유료로 전환한지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심의 기준이 없다”며 “향후 심사 기준을 정할 때 이같은 내용을 참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빗어낸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한 인터넷 전문가는 “인터넷 업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콘텐츠들이 수시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아이템은 참신하지만 청소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익만 챙기고 보자’는 요즘 기업들의 생리를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3/06/26 14:1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