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남성’ 을 일으키는 신비의 명약 ‘비아그라’ 는 언제쯤 국내시장에 등장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최근 영동세브란스병원(담당 최형기교수) 중앙대용산병원(김세철) 서울대병원(백재승) 서울중앙병원(안태영) 고려대안암병원(김제종) 인하대병원(서준규) 등 6개 대학병원을 비아그라 임상시험 실시병원으로 지정했다. 총괄책임자는 연세대의대 최형기 교수. 이번 임상시험에는 순환기내과의사도 참여, 환자의 심장병 여부를 가리게 된다.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병원은 영동세브란스병원 1곳뿐. 하지만 식약청이 11월26일 서울대병원 등 5곳의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함에 따라 곧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식약청은 당초 임상시험기간을 6개월로 예상했으나, 일정이 계획보다 2~3개월 단축돼 국내 시판도 내년 9월에서 6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식약청관계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시험결과 검토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6월께 시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임상시험 실시병원은 대한남성과학회(회장 백재승)가 성기능장애 치료를 먼저 시작한 의사 순으로 6곳을 자체 선발했다. 여기에서 제외된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의료원 등 대형병원은 선정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 항의,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 교수는 “6개월이상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환자 20명씩 총 12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비아그라는 모두 5만정(위약·僞藥 포함). 한국화이자는 식약청의 조건부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 등 원료를 본사에서 수입, 임상시험용 비아그라를 직접 제조하고 있다.

5만정으로 임상시험, 외부유출에 ‘비상’

문제는 외부유출. 정식 시판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비아그라가 유출돼 사고가 날 경우 국내 시판일정은 엄청난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하다. 한국화이자는 이에 따라 공장에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하고 수입원료를 창문이 없는 창고에 테이프로 밀봉한 채 보관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분실될 경우 추적이 가능하도록 일련번호까지 매겼다.

국내 발기부전환자는 무려 200만명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정력제를 선호하는 정상인까지 비아그라 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발매 즉시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판권을 독점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비아그라 등 모든 발기부전치료제를 마약류와 비슷한 개념의 ‘향성기능약물’ 로 일괄 지정해 줄 것을 식약청에 요청했다. 서울대 백재승 교수는 “비아그라가 약국이나 유흥가를 통해 무질서하게 공급되면 인체 부작용은 물론 청소년들이 성범죄에 이용할 우려도 있다” 고 주장했다.

반면 약국판매가 규제될 경우 엄청난 매출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화이자는 “의약분업이 이뤄지고 의사처방에 의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약물 오·남용은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 며 “비아그라를 향성기능약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은 비아그라를 독점하려는 의도” 라고 주장했다. 한국화이자는 비뇨기과의사들이 발기부전치료제를 독점할 경우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주사제 ‘카버젝트’ 의 경우 약국에선 1만2,000원에 구입할 수 있으나 비뇨기과에선 4만~7만원에 판매, 환자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이다.

고재학·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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