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은 보통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나라가 위태로울 때면 부각되곤 했습니다. 고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단군 영정만 70여점을 모으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차츰 단군 관련 서적에까지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고등학교때 배운 신화로서의 단군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츰 애착을 갖고 수집하고 공부했지요.”

최근 단군민족일체화협의회(상임의장 김선적) 주최로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단군문헌전시회’ 에 자료를 출품한 소장자 최현호(38·㈜한영 이사)씨는 15년간 모아온 자료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출품 자료는 350점. 책이 대부분이지만 고문서, 탁본, 그림, 사진, 활(국궁), 유물 등 종류가 다채롭다. 소장품은 모두 850점. 이번 전시에는 일부만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음력 개천절(11월 21일)을 기념해 협의회측이 마련한 것.

협의회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단군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출품 자료들은 단군에 관한 기록이 이렇게도 부실할까 하는 한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모은 것이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단군의 역사적 실체를 둘러싸고 학계의 논쟁을 촉발시키는 문제의 사서도 많다. 예를 들어 대야발(大野勃)이 쓴 ‘단기고사’ (檀奇古史) 번역본을 보자.

이 책은 ‘배달민족이 중국을 통치한 기사’ 를 네 가지 들고 있다.

첫째, 초대 단군때 고시(高矢)의 친형의 아들 순(舜)이 중국에서 임금으로 50년간 재위했다.

둘째, 신라말 경순왕의 후손 김아골타(金阿骨打)가 만주 영고탑에서 금(金)나라를 세우고 송나라 휘종과 흠종을 사로잡아 항복받은뒤 양쯔강 이북 지역을 통일했다. 금나라는 210년간 존속했다.

셋째, 4세 단군 오사구가 아우 오사달(烏斯達)을 몽골 왕에 봉했다. 그 후손인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忽必烈)가 원나라를 건국, 9대 211년간 중국을 통치했다.

넷째, 신라 경순왕의 후손이자 금나라 후손인 애신각라(愛新覺羅)가 청나라를 세워 285년간 중국을 통치했다.

이런 유의 기록은 강단사학에서는 ‘재야사학’ 이라고 폄하되고 있지만 어쨌든 계속 연구해보아야 할 소중한 기록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북한 단군이미지 크게 다르지 않아

영정도 10여점 출품됐는데 북한 단군릉에 걸어놓은 단군 영정 모사본은 특히 관심을 끈다. 시대를 알 수 없는 남한쪽 단군 영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단군의 이미지에 관한한 남과 북이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협의회측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단군을 새롭게 발견해서 남북 통일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는 운동을 펴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신미정(31·여) 정책실장은 “개국시조인 단군의 이념은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弘益人間·홍익인간) 올바른 이치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理化世界·이화세계) 것” 이라며 “이처럼 인간애와 이타성을 강조하는 이념이야말로 주변 국가의 의구심을 일소하고 남북 어느 쪽의 체제적 가치도 손상하지 않는 중립적 이념” 이라고 말한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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