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국정감사일정 속에서도 하루를 할애, 공사가 한창인 새만금 간척지를 찾아 현지 국감을 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담수호의 수질개선 가능성이 없어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 확실함에도 공사는 이미 중반을 넘어섰다. 그만두자니 지금까지 들어간 돈과 노력이 아깝고 계속하자니 실패가 눈에 보인다.

새만금이 이처럼 애물단지가 돼버린 것은 당초 공사계획이 수질에 대한 과학적 검증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립됐기 때문이다. 91년 공사시작 후에도 수질대책을 수정할 여러차례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날림으로 끝내버렸다. 과학점 검증과 면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할 수질대책을 되도록이면 문제를 무마하고 공사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수립했다.

농어촌진흥공사가 올 8월 "마지막"이라며 내놓은 세번째 수질대책도 엉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의원들은 새만금 현지 국감에서 "이대로 수질대책을 추진한다면 각종 수질지표가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몇몇 의원은 "수질개선이 불가능한 이상 지금이라도 둑을 헐어버리자"고까지 주장했다.

농진공의 첫번째 수질대책은 89년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제시됐다. 2001년까지 전주하수처리장등 4개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금강호로부터 깨끗한 물을 끌어오면 담수호의 수질을 공업용수 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 8mg/l이하로 낮출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생기는 새로운 땅 2만8,300ha의 오염부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하루 28만8,310kg의 농업폐수가 나오게 되고 공단으로 조성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산업폐수가 흘러나온다. 더구나 희석수로 사용키로 한 금강호는 89년 당시 총인이 연평균 0.15mg/l로 농업용수 기준인 0.1mg/l을 넘은 상태였다.

간척사업을 완료한 시화호가 수질악화로 인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새만금 수질대책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농진공은 올해 3월 두번째 수질대책을 내놓았다. 71개의 환경기초시설을 건설하고 600ha의 인공습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수질대책은 환경기초시설 건설주체인 전북도와 7개 시.군의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전북도가 입안한 50개의 환경기초시설을 건설하는데만도 지방비가 3,258억여원이나 드는데 재정자립도 30% 미만인 해당지자체들이 이를 감당할 능력은 없다. 1,050억여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인공습지도 오염저감 정도가 미지수이다.

부실학 짝이 없는 두번째 수질대책은 감사원에 의해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감사원은 8월 "농진공의 수질대책은 부적절하다"면서 전면재검토를 지시했다. 농진공은 감사원 지적후 올 연말부터 2002년까지 시행할 새로운 수질대책을 세웠다.

이 대책은 우선 예산확보가 막연한 환경기초시설의 숫자를 37개로 줄여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금강호 물은 원래 4억7,000여톤을 가져오려던 계획을 확대, 5억9,000톤을 유입시키기로 했다. 또 용담댐 물을 유입시켜 수질개선에 활용키로 했다. 인공습지는 기존계획대로 추진하고 전주와 익산의 하수처리장은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축산폐수 부하량을 30% 줄이는 등 오염부하량을 감축시키는 계획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6단계의 대책을 시행할 경우 2003년 COD는 4.1mg/l, TP는 0.1mg/l로 모두 기준치 아래로 내려간다는게 농진공의 분석이다.

그러나 새만금 현지 국감에서 쏟아져 나온 의원들의 질의를 살펴보면 이 계획대로 수질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문수의원은 "대책에는 오염저감의 절반을 오염부하량 감축을 통해 달성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염 부하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가를 이주시키든지 생산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농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권철현의원은 "용담댐 물 유입은 댐저수량이 풍부한 시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일시적인 대안이고 금강호의 희석수 유입은 도수로 건설비용이 엄청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또 "환경기초시설이 다소 줄어들었다고는 하는 여전히 지자체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액수"라며 "재정계획을 먼저 세우고 수질대책을 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가 아직 오리무중이어서 수질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의원들도 많다. 지금까지의 수질대책은 모두 간척지가 농업용으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짜여져 있으나 만을 전북도의 의도대로 공업용도가 될 경우 수질대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부영의원은 이에대해 "농업용일 경우에도 기준치 달성이 불가능한데 공단이 들어서 폐수배출량이 훨씬 많아지고 폐수의 종류도 다양해지면 수질개선을 엄두나 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환경단체는 물론 의원들까지도 "이제는 사업을 중단하면서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느냐에 대해 연구할 때"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현실속에서 사업주체인 농진공과 전북도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은호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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