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운 침체끝에 국내 증시가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차례 폭등과 폭락을 겪은 끝에 숨고르기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폭발장세의 ‘위력’과 향후 증시전망을 짚어본다.

■수익률 2,433%가 가능했던 폭발장세

열흘도 채 안되는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70포인트이상 뛰면서 11∼15일 피크를 이뤘던 폭발장세의 뒤에는 ‘승자’ 들의 무용담이 넘쳐나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오피스빌딩가의 어느 식당에서도 “누구누구는 사흘만에 ‘따블’ 을 만들었다네. 누구누구는 집을 샀다네” 하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증시가 살아나기 시작한 10월이후 지난 15일까지 지속된 이번 장세에서 가능했던 최고 수익률을 어느정도일까. 답은 무려 2,433.33%. 10월1일 SK증권우선주의 값은 450원에 불과했다. 두달 반이 지난 12월15일 종가는 1만1,400원. 이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이 주가가 폭락하기 전날인 15일 주식을 처분했다면 두달만에 24배를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10월1일∼12월15일 기간 상장종목 전체의 주가변동을 분석한 결과 최저가에 비해 15일 종가가 10배 이상 뛴 종목, 즉 수익률이 1,000%가 넘은 종목이 무려 18개에 달했다. 수치를 뽑아보던 증권거래소 직원이 “이건 주식이 아니라 마권” 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률이다. 이들 가운데 SK증권우선주외에 한화(2243%), 쌍용(1,909%), 동양(1,798), 한양(1,776), 대신(1,739), 보람(1,614%), LG(1,349.76%) 등 증권사 우선주들이 수익률 1∼8위를 휩쓴 것을 비롯, 18개 종목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또 코오롱건설 선주가 10월1일 420원에서 5,740원으로 올라 1,266%의 수익률을 올린 것을 비롯, 벽산(1,251%) 성원(1,177%) 대림산업(1,090%) 등 건설업체들의 우선주도 18개 종목가운데 4개가 포함됐다. 증권·건설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무조건 주가가 몇배씩은 뛰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주가가 훨씬 낮은게 보통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최저점일때 주식을 사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에 팔았을 때 가능한 ‘이론적’ 수치라고 할 수 있다. 15일 주식을 샀다가 팔 기회조차 잡지못하고 연일 하한가를 맞은 투자자들은 거꾸로 기가막혀 한숨조차 못내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달들어 하루 주가변동폭이 상하 15%로 확대된 까닭에 벌 기회가 늘어난 만큼 떨어지는 가속도도 아찔할 정도일 수 밖에 없다.

■내년 종합주가지수는 450∼700에서 움직일 것

‘승자’ 편에 남았건 ‘패자’ 로 전락했건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장으로 이어진다. 흔히 전망은 틀리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전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증권사와 투자신탁회사들은 최근 일제히 내년도 주가지수 전망을 내놓았다(표참조).

가장 신중한 입장에 서 있는 삼성증권과 국민투신은 내년 주가지수의 최저치를 현재보다 150포인트나 낮은 350선으로 잡고 있다. 최고치 역시 삼성은 600, 국투는 650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 ‘내년이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심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반면 현대 LG증권과 한국투신은 지수가 750∼78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점 역시 450∼500으로 잡아 올 연말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점과 고점을 기록할 시기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분석이 일치한다. 즉 상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주가가 현 수준이나 이보다 다소 낮은 상태에 머물다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내년 주가는 ‘전저후고(前低後高)’ 가 될 것이라는 얘기.

■저금리, 엔고, 신용등급상승, 신3저 등이 호재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박인수과장은 “경기부양책이 효력을 발휘하면 건설, 설비 등의 투자가 살아나고 기업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실적장세가 본격화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국가신용등급이 제 자리를 찾아 격상되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인하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증시로 쏟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금융장세’ 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도 실세금리를 4∼5%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신증권 증권분석실 신용규(辛龍奎)책임연구원은 “5%정도의 금리에 만족할 수 없는 금리생활자나 큰손들이 갈 곳이라곤 증시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엔화강세(달러약세)의 지속과 아시아 각국의 경기부양, 미국 등선진국의 저금리기조 지속, 석유 등 원자재 값 하락 등이 우리 경제에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경기회복과 더불어 국제적인 저금리와 달러약세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증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후유증, 증자물량, 해외경제불안 등 지뢰 널려있다

항상 호재뒤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LG증권은 상장기업들이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기 위해서는 총 44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외자유치와 자산매각을 통한 조달을 제외하고도 유상증자를 통해 최소한 20조원이 조달되야 할 것으로 LG증권은 분석했다. 또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정부지분이 상장 또는 매각될 전망이다. 이처럼 막대한 물량이 증자를 통해 증시에 쏟아지면 공급과잉으로 주가하락 압력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증시 외부에도 지뢰들이 널려 있다. 경제개혁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5대 그룹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은 언제든지 증시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또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인해 실업과 노사갈등이 심각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투신은 “미국경제의 침체로 투기성 자금의 이동이 빈번해짐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국내 증시 역시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 로 전망했다.

/김준형·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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