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예인 수십명이 연루됐다는데 누굽니까?”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

일본인 상대 윤락조직에 대한 수사가 한참 진행중이던 지난 11월.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 강력부는 연예인 관련여부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줄곧 함구로 일관했다. 자칫하면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으로 ‘한국=매춘공화국’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12월3일. ‘설마’했던 추측은 여지없이 사실로 드러났다. 여자 탤런트 모델 연극배우 대학원생 등이 모두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몸을 팔고 돈을 받는 ‘매춘’을 벌여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강남과 이태원 등지를 중심으로 은밀히 일본인 관광객 상대 윤락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중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윤락조직은 ‘대복이파’를 비롯해 모두 5개 조직으로, ‘포주’와 윤락알선책인 ‘뽕삐끼’등을 포함해 27명. 이중 대복이파 두목 김모씨는 상당한 재력을 보유한 인물로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죄로 7차례나 감방을 들락거릴 만큼 이곳 윤락업계에서는 대부로 군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주들 한달평균 수입 1500만원 이상

김씨 등 포주들이 거둬들인 한달 평균 수입은 1,500만원 이상. 보통 샐러리맨들이 1년동안 밤낮없이 뛰어다녀야 벌 수 있는 거액이다. 이들이 이처럼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것은 윤락녀들로부터 받아 챙기는 알선료 때문. 윤락녀 1명이 받는 화대중 10~20%를 가로챘다. 즉 윤락녀들이 일본인 관광객 1명을 상대할 때 보통 받는 5만엔중 5,000엔은 이들의 몫이라는 얘기다. 김씨의 경우 고용하고 있던 윤락녀가 모두 30여명으로, 이들이 한달에 열흘 가량 일한다고 치면 월 150만엔(약 1,500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거둬들인 셈이다. 이런 탓에 포주들은 강남구 논현동, 신사동과 이태원 일대에 수십개의 방을 세내 윤락여성들을 밀착감시하며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들이 일본 관광객들과의 윤락을 알선하는 수법은 크게 3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윤락알선 조직책을 통해 일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법. 서울시내 특급호텔인 W L H S호텔 등의 렌터카 기사나 공항출입 모범택시기사, 여행사 직원등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뽕삐끼’를 통해 일본인들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검찰조사 결과 몇몇 일본인 관광전문 여행사의 경우 일본인 윤락을 알선하지 않으면 사업자체가 불가능할만큼 윤락알선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알선책들의 사업상 필수품은 윤락녀 사진첩.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여성들의 사진첩을 일본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하도록 했다. 검찰관계자는 “이들이 소지한 사진첩 1권에 윤락여성 10여명의 사진이 실려있었다”며 “알선료로 윤락여성들로부터 화대의 40% 이상을 챙기기 때문에 이들의 월 수입은 왠만한 고소득자가 부럽지않은 400만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탤런트, 모델, 연극배우에 대학원생까지

포주들은 또 일본내 관광여행사나 한국 여행사를 통해 손님 1명당 2만엔씩 커미션을 주고 관광객을 소개받는 수법도 사용했다. 김씨 등 포주와 알선책들은 이처럼 윤락녀들로부터 뜯어낸 돈으로 벤츠 등 외제승용차를 굴리고 호화주택도 2채 이상 소유하는 등 남부럽지않은 생활을 유지해왔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귀띔이다. 또 범죄행각이 드러나면 그 때마다 5,000만~6,000만원 이상의 거액을 주고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을 선임,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김씨와 함께 윤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주모씨 역시 이태원의 H호텔에서 증기탕을 경영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수사에서 명단이 확보된 윤락여성들은 모두 116명. 룸살롱 등 유흥업소 출신들이 대부분이지만 모델 신인탤런트 연극배우 명문대학원생 대학생 재수생 외국항공사 직원 카페주인 옷가게점원 백화점직원 보험설계사 등 모든 직업이 망라돼 있다. 모델 이모 박모양, CF모델 윤모양, 나레이터모델 정모양, 탤런트 이모 김모양, 연극배우 하모양 등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으며, 이중 텔레비젼이나 신문, 잡지 광고 등을 통해 얼굴이 꽤 알려진 인물도 있다.

이들의 연령은 대부분 20대 중·후반. 특히 룸살롱에 종사했던 여성들은 손님들이 소위 ‘영계’를 선호하면서 업계에서 퇴출돼 일본인 상대 윤락으로 진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1일 수입은 기본이 5만엔. 그러나 CF모델처럼 연예인들이나 일본어 구사가 우수한 대학원생들의 경우 최고 50만~60만엔까지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즉 외모와 능력에 따라 수입도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특히 D대 박모양의 경우 늘씬한 외모와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쫙 퍼졌을 정도다. 이들 윤락여성중 일부는 검찰 수사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당당했다는 전언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는 항변이 쏟아졌다고 한다.

매춘관광을 즐긴 일본인들의 신분은 대체로 사업가, 야쿠자 조직원, 관광객 등이다. 이들은 주로 ‘키가 작고 귀여운 여성’이나 ‘가슴과 키가 큰 글래머여성’ 등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여성상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락여성 가운데는 이들 일본인들의 ‘현지 처’로 고용돼 매달 30만엔 이상을 생활비로 지급받는 여성도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일본인 상대 윤락조직, 아직도 ‘사각지대’로

또 단골손님을 확보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윤락녀보다 수입이 곱절이나 많다. 관광객이 직접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뽕삐끼 몫을 자신이 고스란히 챙기기 때문이다. 월 평균 500만~1,000만원의 수입은 거뜬하다. 검찰 관계자는 “백화점 직원 출신인 한 여성은 이런 단골손님 덕분에 5년동안 무려 4억원 이상을 벌어 부모님께 집도 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윤락여성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큰 돈을 벌지 못했다. 의상비,미용비 등으로 수입중 상당부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모를 가꾸기위해 무면허의료업자에게 얼굴 가슴 등의 성형수술을 받는데 수백만원씩 쏟아붓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또한 포주들로부터 숙소 제공비(하숙비)로 월 20만~30만원씩 뜯기고 포주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의상실에게도 일정액을 커미션으로 갖다바쳐야 했다. 심지어 일부 뽕삐끼는 자신이 윤락을 알선한 모대학원생에게 살림을 차릴 것을 강요하는 등 윤락여성들은 육체적 물질적으로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독버섯처럼 퍼진 일본인 상대 윤락조직이 지금껏 제대로 단속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직까지 당국의 단속이 미치지않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내국인을 상대로 한 윤락가와 윤락조직 등은 최근 수사당국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지만 일본인 상대 윤락조직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어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윤락여성들 또한 상당한 돈을 포주들에게 갈취당하면서도 신분노출을 꺼려해 수사기관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해 국내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어림잡아 170여만명”이라며 “이들에게 우리나라가 매춘관광국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근절시키려면 수십명인 윤락전문포주들을 시급히 검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철·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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