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접는 마지막 날 가족끼리 공연장 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예술의전당은 매년 제야의 밤 9시께면 음악당으로 관객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예술의전당 앞 도로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탄 승용차의 붉은 꼬리등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차가운 밤공기에 입김을 날리며 어두운 밤길을 천천히 걸어올라간다. 송년제야음악회를 보러 가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송년제야음악회는 94년부터 매년 12월31일 밤 10시에 시작해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며 끝난다. 교향악단, 대중가수, 국악, 기악, 성악 협연자와 합창단등이 출연,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한다. 쉬는 시간, 관객들은 로비에 차려진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송년제야음악회의 절정은 자정 무렵. 보신각을 중계하는 대형 모니터를 지켜보며 관객들은 입을 모아 큰 소리로 숫자를 센다. 10, 9, 8, 7…. 드디어 0! 자정을 맞는 순간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콘서트홀은 관객들이 흔드는 야광팔찌 불빛과 환성으로 수놓아진다. 이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피날레가 울려 퍼진다. 장엄한 ‘환희의 송가’를 부르며 새해를 맞는 것이다.

올해는 유고 태생 반초 차브다르스키가 지휘하는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바리톤 고성현, 가수 장사익, 이소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제자들, 한국예술종합학교 호른앙상블, 김희선(색소폰), 정수년(해금), 소프라노 김유섬, 테너 김상곤, 메조소프라노 김정화 등이 출연한다.

송년제야음악회 대신 즐거운 왈츠, 아름답고 명랑한 음악, 즐거운 줄거리의 오페레타는 또 어떤가. 김자경오페라단이 30일부터 새해 1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메리 위도’는 가족끼리 보기 좋은 공연이다.

오페레타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쯤 되는, 가벼운 오페라다. ‘메리 위도’의 가수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샴페인을 터뜨린다. 레하르가 작곡한 이 작품은 ‘명랑한 과부’라는 뜻의 제목에 어울리게 내용이 유쾌해서 연말의 흥을 돋구는 무대에 전세계에서 많이 올라간다.

줄거리를 볼까. 폰테베드로(가상국가)의 돈 많고 예쁜 과부 한나가 파리로 오자 사교계가 시끄러워진다. 각국 외교관과 젊은이들은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줄을 선다. 반면 파리 주재 폰테베드로국 대사 제타는 한나가 외국인과 재혼하면 그 큰 돈이 빠져나갈까봐 전전긍긍. 그 틈바구니에서 엎치락 뒷치락소동이 벌어진다. 어지러운 유혹을 헤치고 한나는 결국 재치있는 구혼으로 첫 사랑인 다닐로와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는 동안 제타의 젊은 아내 발렌치엔은 젊고 잘 생긴 귀족 카뮈와 바람이 나고.

이번 ‘메리 위도’출연진은 호화판이다. 국내 정상의 성악가들이 대거 나온다. 소프라노 박정원 김인혜(카뮈), 바리톤 김동규 정태운(다닐로), 소프라노 이연화 윤이나(발렌치엔), 테너 안형렬 김재형(카뮈), 바리톤 최석길, 베이스 김요훈(제타). 이중 정태운, 김재형, 윤이나, 최석길은 11월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오페라 페스티벌을 통해 반짝반짝 실력을 뽐낸 든든한 신예다. 오페라 지휘 잘 하기로 소문난 김덕기씨가 역시 오페라 잘 하기로 국내 최고인 부천시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연출은 김석만. 부천시립합창단, 서울발레시어터가 합창과 발레로 즐거움을 더한다. 공연시간은 30, 31일 오후7시, 새해 1월1~3일 오후4시./오미환·문화과학부 기자

◇공연문의 송년제야음악회(02)580-1234, 메리 위도 (02)393-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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