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잔혹한 시대의 내 마지막 대화’- 너무나 비감한 제목.

“공산주의의 시계는 멎었다. 그러나 그 콘크리트 건물은 아직도 붕괴되지 않고 있다. 마치 우리를 해방이 아닌 폐허로 무너뜨려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리고 책의 서두에서부터 표출되는 저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불안하고 비장한 심정.

‘이 잔혹한…’(원제‘LA RUSSIE LOUS L'AVALANCHE’(주)디자인 하우스 발행 12,000원)은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문호이자 ‘수용소 군도’로 노벨상을 받았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20여년간의 긴 망명 생활을 끝내고 조국 러시아로 돌아가 살며 쓴 러시아의 사회 개혁을 조명한 평론집이다.

그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향한 러시아의 위대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솔제니친의 서술 기법은 독특하다. 자신이 주장하는 모든 사항들이 개인의 사관이 아니며 시대와 민중의 요구임을 은연중 암시한다.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행한 수많은 강연 인터뷰 면담을 통해 만났던 민중의 불만에 찬 생생한 목소리를 소개, 러시아의 현안이 무엇인지 제기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솔제니친은 현재 러시아가 몰락하게 된 원인을 비도덕적이고 반민족적인 90년대초 민주주의 혁명개혁 주체 세력들, 즉 러시아 국가 수뇌부의 권력 숭배에서 찾는다. 구 소련을 파괴시킨 러시아 민중들이룩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만한 국가 수뇌부들의 역사적 과오와 변절, 비도덕성을 신랄한 어조로 비판한다. 그리고 신러시아 정부의 무지하고 우유부단한 정책에 의해 민중들이 억압받고 파괴되는 여러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고발하기도 한다.

다음 그의 작업은 러시아인과 러시아 국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이다.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비러시아인들이나 이주민들이 러시아인들에게 해로운 비합법적 사회경제 활동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 즉 권리를 제한하거나 추방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러시아로 다시 부활하려면 러시아의 혼이 잠에서 깨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민족의식 애국심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책 결론에서 그가 던지는 질문- ‘우리는 러시아인으로 존재할 수가 있을까?’

지은이의 말에서 ‘어쩌면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책’이라고 그가 밝혔듯, 책에서도 내내 그가 내놓는 독설들은 섬뜩하다 못해 두렵게 느껴진다.

송영주·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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