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들, 더러 가다가 소위 패스트푸드를 즐기신 적이 있나요? 햄버거, 프라이치킨, 피자 등 서구에서 들여온 식품이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이지요. 그런데, 여러분들께서 매일 드시는 한국 음식도 사실은 패스트푸드라는 것을 아시나요?

패스트푸드는,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씹지 않고도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말합니다. 또한, 주문해서 음식을 받기까지가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패스트푸드는 음식점에 들어 가서 나올 때까지가 매우 짧습니다. 길어 봐야 10분 정도면 충분하지요.

자, 그렇다면 한국 음식을 한번 보실까요? 여러분들은 점심에 드는 한식을 얼마나 빨리 먹습니까? 제가 가는 한 식당에서는 12시 정각에서 1시까지 1시간 동안 한 테이블에 여섯 번 손님이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테이블 정리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니까, 한 사람 당 점심을 먹는 시간은 불과 5분이 채 걸리지를 않는 것이지요.

코스별로 나오는 한정식도 후식까지 다 쳐도 1시간 넘기기가 쉽지를 않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 음식은 다 패스트푸드가 아닐까요? 원래는 천천히 먹을 수 밖에 없었던 한국 음식이었는데,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이 음식조차도 빨리 먹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영양 면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슈퍼사이즈미’란 영화에서 나온 대로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콜라만 매일 세 끼를 먹는 사람하고, 한국의 보양식이라고 하는 삼계탕을 한달 내내 먹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건강이 어떻게 될까요? 삼계탕도 뜨거운 것만 빼놓고는 별로 씹는데 힘 들일 필요 없이 목구멍 안으로 쉽게 넘길 수가 있습니다.

둘 다 먹고 나면 상당한 포만감에 만족해 하게 되지요. 차이점은 패스트푸드는 먹고 나서는 찜찜해 하고, 삼계탕은 몸에 좋은 일 했다고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건강에 대해서 결과는 거의 같게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체중 증가, 지방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각종 만성질환의 지표 등에서 상당한 위해가 있다는 것이지요. 위의 패스트푸드와 삼계탕의 칼로리는 거의 같습니다. 더구나 삼계탕은 지방의 함량이 55%로서 패스트푸드의 35%보다도 오히려 높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삼겹살에 밥 한 공기, 고기 1인 분 먹은 후 냉면도 마찬가지이고요, 한정식도 나온 대로 다 먹으면 오히려 패스트푸드보다도 훨씬 많은 칼로리를 먹게 됩니다. 여름철에 흔히 먹는 대부분의 보양식도 사실은 다 패스트푸드인 셈이지요.

어떤 음식도 빨리 먹고 많이 먹으면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가 됩니다. 반대로 패스트푸드도 천천히 골고루 먹으면 오히려 몸에 좋은 슬로우푸드가 되는 것이지요. 음식의 좋고 나쁨은 음식의 종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그리고 내몸에 필요한 만큼만 먹느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잘 먹고도 몸에 나쁜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이 내몸을 나쁘게 하고, 소위 ‘나쁜’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적절히 먹으면 내몸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지요.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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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