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기반 작고 가볍고 쉬운 DSLR제작 야심 찬 승부수

디지털 카메라, 특히 DSLR 시장에서 올림푸스의 전략은 독특하다. DSLR은 흔히 준전문가급 이상의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로 인식된다.

캐논과 니콘이 시장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이러한 인식의 바탕위에서 최고의 전문가급 DSLR 업체라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최근에는 보급형 DSLR 이라는 이름으로 초보자나 일반 사용자들을 겨냥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최고 사양의 전문가용 DSLR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푸스 역시 전문가용 DLSR 기종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보급형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여성이나 초보자 대상의 DSLR을 겨냥한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겁고, 크고, 사용하기 복잡한’ DSLR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테면 DSLR에 라이브뷰 기능을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라이브뷰 기능은 디지털 카메라 뒷면의 LCD 화면으로 피사체를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이다. 흔히 ‘똑딱이’라 부르는 컴팩트 디카들이 사진을 찍는 방법이다. 초보자들에겐 아주 그만인 이 기능이 원래 DSLR에서는 없었다. DSLR에도 LCD 화면이 있지만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기능으로만 사용했고, 사진을 찍을 때는 뷰파인더라는 작은 창을 들여다보면서 찍어야 했다.

지금은 캐논, 니콘, 소니 등 대부분의 DSLR 업체들이 라이브뷰 기능을 기본으로 채택해 제공하고 있지만, DSLR에 라이브뷰 기능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업체가 올림푸스다.

올해 들어 ‘보급형’ DSLR 시장은 놓고 메이커들의 신기종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올림푸스가 이 시장을 겨냥해 올해 4월 내놓은 DSLR이 ‘E-420'이다. 올림푸스의 E-420은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DSLR 모델 가운데 가장 작은 모델이다. 경쟁 업체들의 모델들에 비해 깜찍하다고 해야 할 정도로 작다. ’크고 무거운‘ 이라는 DSLR의 일반적인 인식을 의식해 여성들의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는 DSLR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쉽고, 가볍고, 작은’ DSLR을 앞세웠던 올림푸스가 야심찬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엔 ‘DSLR의 몸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과 손잡고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림푸스는 지난 2002년부터 DSLR 카메라 시스템 ‘포서드’를 개발, 생산해 왔으며 파나소닉은 2005년에 ‘포서드’ 진영에 합류해 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해 왔다. ‘포서드 시스템’은 크기가 작은 4/3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DSLR 카메라 본체와 렌즈의 크기는 줄이고 휴대성과 이미지 품질을 높이는 데 기반이 된 기술인데 이번에 이보다 더 작은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는 얘기다.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이용해 ‘더 작은’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렌즈가 결합되는 부분인 ‘마운트’와 빛을 받아들이는 부분인 ‘이미지센서’까지의 거리를 50%이상 줄였기 때문. 이 기술이 적용되면 DSLR카메라의 두께가 현재 생산되는 모델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 렌즈를 결합하는 ‘마운트’의 외부 직경도 6mm가량 줄여 광각 및 망원 렌즈의 크기를 현저하게 작게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렇게 하면서도 렌즈 어댑터를 이용해 기존 포서드 렌즈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렌즈와 카메라를 이어주는 전기접점을 9개에서 11개로 늘려 향후 디지털 렌즈 기술 발전에 대응했다는 것도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 개발을 발표하면서 올림푸스가 강조한 것이 ‘모두의 DSLR'이다. 누구나 쉽고 가볍게 휴대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올림푸스측은 “시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아직도 DSLR 카메라 대신 콤팩트 카메라를 선호하는 데 그 이유는 DSLR 카메라가 너무 크고 무거워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DSLR 카메라의 크기를 현격하게 줄여줄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말이다.

마이크로 포서드는 반사 거울을 제거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DSLR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작고 똑똑한 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반 기술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