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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바로 서야 방송이 선다

장수 전문MC 퇴진, 연예인 MC 대거진출로 개성 상실



18년동안 가요무대를 진행하다 퇴진한 김동건 아나운서.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그리고 해외 근로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멘트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 멘트만 나오면 조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인물, 바로 김동건 아나운서다. 그는 1985년 11월 KBS ‘가요무대’ 3회부터 18년 가까운 긴 세월을 진행하다 지난달 퇴진했다.

후임으로 전인석 아나운서가 ‘가요무대’의 진행자로 나섰지만 김동건 아나운서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차분하면서도 가라앉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김동건 특유의 분위기가 ‘가요무대’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진행자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과 빛깔이 달라진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의식의 제사장(MC: Master of Ceremonies)으로 명명하는 지 모른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바른 화법을 구사하며 차분한 진행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방송인 이계진은 ‘MC는 신호등이 고장 난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교통경찰 혹은 축구경기에서 심판을 맡은 주심’ 이라고 MC의 역할에 대해 우회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계진의 지적처럼 MC가 잘하고 못함에 따라 프로그램이 살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연예인출신 MC 대거 진출



프로그램의 성격과 관계없이 일방통행식 메시지만을 전달하던 방송 초창기에는 MC는 아나운서의 전유물이었지만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전문화하면서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방송ㆍ연예인들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전진 배치되고 있다. 시청률 경쟁이 가속화하고 프로그램의 오락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는 최근 들어서는 탤런트, 개그맨, 가수 등 연예인 출신의 MC 진출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재 KBS, MBC, SBS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의 MC 분포를 보면 탤런트, 개그맨 등 연예인 출신의 MC가 45%로 가장 많고 아나운서 출신의 MC가 30%, 전문 진행자 출신의 MC가 10%정도이다. 나머지는 기자와 교수 등 전문 직업인 출신의 MC이다.

하루가 다르게 대중의 기호와 취향이 변하고 시청률 지상주의가 여의도 방송가를 짓누르면서 숱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는 것이 엄연한 방송 현실. 이런 가운데KBS ‘가족 오락관’ 의 허참(19년간 진행), ‘전국노래자랑’의 송해(15년간 진행)처럼 자기만의 개성과 빛깔로 10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가 있는가 하면 인기의 부침으로 인해 6개월 정도 진행하다 퇴장 당하는 MC도 부지기수다.

1974년 TBC ‘가요 올림픽’ 진행자로 MC생활을 시작해 현재 MBC ‘임성훈과 함께’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진행하는 임성훈처럼 30여년 넘게 인기 전문 MC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기를 바탕으로 4~5개 프로그램의 겹치기 MC를 하다 인기 하락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브라운관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MC도 많다.

교양과 뉴스 프로그램의 MC를 주로 하던 아나운서들도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 못잖은 개성과 끼로 무장해 오락 프로그램의 MC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솜씨와 외모, 그리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전문지식, 위기상황에서의 민첩한 대응력 등 MC로서 갖춰야 할 자질들로 무장한 진행자들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프로그램을 망치는 Misguider of Ceremonies로서의 MC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해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프로그램 망치는 미숙한 진행



떼거리MC와 연예인MC중 일부는 진행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우리 방송에서 가장 큰 MC의 문제는 연예인들의 MC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났다. 은어, 비어, 국적불명의 외래어의 잦은 사용으로 인한 방송언어의 오염,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 식의 진행, 방송 준비 미비로 인한 미숙한 진행 등의 문제점은 개그맨, 가수, 탤런트 출신MC들에 의해 주로 야기됐다.

요즘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개그맨 MC 강호동, 유재석, 이혁재, 윤정수 등은 방송 언어 오염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가수 이성진, 강타, 탤런트 유민과 정다나 등은 미숙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시청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MC의 겹치기 출연도 문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송 3사의 3~5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겹치기 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화법과 진행 스타일이 천편일률적이어서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고사하고 MC의 개성마저 상실돼 시청자들에게 식상함만을 안겨주고 있다.

여전히 보조적인 MC의 위치에 머물고 있는 여성 MC들의 위상도 문제다. 정은아, 이금희처럼 MC로서의 기능을 주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여성 MC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 MC들이 남성 MC의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 공동 MC임에도 남성 MC의 말에 맞장구만을 치거나 프로그램 방송 내내 몇 마디 하지 않고 웃기만 하는 구색 맞추기용 여성MC들도 있다. 이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여성의 성상품화를 심화시키는 역기능마저 하고 있다.

이밖에 한 프로그램에 3~6명의 MC가 나와 진행하는 떼거리 MC 시스템도 개선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90년대초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을 비롯한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들이 일본 오락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것을 차용하기 시작하면서 범람한 떼거리 MC 시스템은 진행의 산만함, 연예인의 수다장화 등 부작용을 낳아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재미보다는 불편함과 짜증만을 안겨주고 있다.

MC가 프로그램의 잘못된 안내자(Misguider of Ceremonies)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제사장(Master of Ceremonies)으로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방송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첩경임을 방송 제작진들이 새삼 인식해야 할 때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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