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목포 독천식당 낙지요리


남도 여행의 느낌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여행의 목표인 관광 명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도 여행에는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먹거리다. 우리나라를 통틀어 전라도를 가장 맛있는 곳으로 치고, 전라도에서도 남도가 특히 손꼽힌다. 때문에 남도여행의 절반 정도는 맛에 좌우된다.

남도 어디를 가든지 맛있는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이 한 두 가지씩 있고, 그 맛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여행의 기억이 좋게 혹은 나쁘게 남기도 한다. 먹는다는 것은 가장 단순한 행위지만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망이 우리 내면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도의 끝자락 목포에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세발낙지다. 지금은 영산강 하구언으로 막혀 예전 같은 뻘은 없어져 버렸지만 영암이나 무안, 신안 갯벌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세발낙지를 바로 목포로 가져오기 때문에 여전히 세발낙지 요리를 맛보기에는 목포가 제격이다.

목포에서도 세발낙지를 가장 맛있게 요리하는 곳이 독천식당이다. 목포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인데 늘 손님들로 분주하다. 목포 사람들도 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지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메뉴판에는 온통 낙지를 이용한 음식들로 가득하다. 갈낙탕, 연포탕, 낙지볶음, 낙지무침, 산낙지, 낙지구이, 세발낙지, 낙지비빔밥 등이 그것이다. 이만하면 낙지 전문 음식점이라고 해도 좋을성싶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낙지비빔밥, 연포탕, 갈낙탕. 다른 메뉴는 안주에 가깝고, 식사를 하려면 이 세 가지가 제격이다. 낙지비빔밥은 낙지볶음을 뜨거운 밥 위에 올린 것으로 비벼 먹는다. 빨간 색깔에 비해 양념은 그리 맵지는 않은데 김치를 먹는 아이들이라면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살짝 볶아 부드러운 맛이 살아있는 낙지와 양념이 잘 어우러지고 같이 올린 콩나물, 미나리, 무채 등의 야채가 맛을 돋군다.

낙지비빔밥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갈낙탕이나 연포탕을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 비빔밥이란 것이 원래 떠먹을 국물이 필요한 법인데 갈낙탕이나 연포탕 국물 맛이 제대로기 때문이다.

갈낙탕은 갈비와 낙지, 연포탕은 낙지를 부드럽게 씹히도록 연하게 익힌 탕으로 국물 맛도 일품이고, 잘근잘근 씹히는 낙지 맛도 기막힌다. 상에 올린 다음 먹기 쉽게 낙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때로 먹물통이 터지기도 하는데 이때 국물이 검게 변한다.

물론 먹물이 번져도 그냥 먹을 수 있지만 보기에 좋지 않으므로 머리 부분은 자르지 말고 통째 입에 넣는 게 좋다. 연포탕이나 갈낙탕의 특징은 국물에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넣지 않고 말갛게 끓인다는 점.

독천식당은 20여 년째 낙지만 요리해 오고 있는 집이다. 이미 많은 곳에 소개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늘 같은 맛을 선보여 오랜 단골들도 많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일 거라고 최삼규 사장은 말한다. 낙지뿐만 아니라 반찬을 만드는 채소, 양념까지 좋은 것을 골라 쓴다고.

낙지비빔밥을 예로 들어 볼 때, 서울 등지에서는 낙지 맛을 알지 못할 만큼 강한 양념을 써서 혀를 마비시켜 버리는데 독천식당은 맵지 않아 보들보들한 낙지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 좋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그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매운 양념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터이다. 낙지를 질기지 않게 살짝 익히는 것도 맛의 비결.


▲ 메뉴 : 낙지비빔밥 8,000원, 연포탕 13,000원, 갈낙탕 13,000원, 낙지볶음 25,000원, 산낙지 25,000원. 061-242-6528


▲ 찾아가는 길 : 목포역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동쪽으로 두 블록 간다. 길 건너 대신생명 옆 골목으로 들어가 두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해서 쭉 들어가면 오른편에 독천식당이 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0-15 15:21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