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블랜딩 커피


많은 사람들은 ‘나는 어떤 커피가 좋아’라고 말할 때 블루마운틴이나 모카 커피를 예로 들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커피와 섞여지지 않은 단종 커피의 음용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25%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또 다른 커피들과 섞여진 블렌딩(blending) 커피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세계에서 가공돼 판매되는 커피의 50% 이상이 에스프레소(에스프레소의 대다수는 3종 이상으로 블렌딩돼 가공된다) 라는 점은 이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그렇기에 판매량의 가장 큰 비중은 커피 블렌딩의 베이스가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브라질은 오랫동안 베이스 커피로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자랑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이익을 얻고자 과잉 생산을 한 결과 품질 하락을 초래했고 블렌딩 커피의 베이스로서 안정적인 맛을 제공하지 못하자 세계의 커피 회사들은 브라질 커피대신 다른 커피들을 베이스 커피로 선택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가 세계 커피 판매 1위의 자리로 올라선 것도 이 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가끔 콜롬비아 커피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느 특정 제품을 선전하는 게 아니라 ‘콜롬비아산 커피 원두가 많이 들어가 볶아진 커피는 맛있다’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브라질이 커피의 질 향상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최고 자리 탈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단종이라고 선택한 ‘블루마운틴’을 비롯해 ‘브라질 커피’와 ‘콜롬비아 커피’까지도 대개는 블렌딩된 커피라는 점이다. 백화점 등에서 구입하는 대개의 블루마운틴 커피는 블루마운틴 오리지널 커피가 10%도 들어있지 않다. 우리는 그런 블렌딩 커피를 어떤 단종의 커피 맛으로 규정하고 선호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직접 커피를 볶는 커피점들이 늘어나면서 100% 단종의 오리지널 커피를 맛볼 기회가 많아졌다.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넓어진 것이다. 커피 마니아에게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04 15:18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