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등 10명 루이비통 전시·권오상 영국 록 밴드 앨범 자켓 디자인

한국 미술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짐에 따라 걸어 다니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품은 전세계 예술계의 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한국을 재해석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역동적인 ‘변신’, 부단한 ‘진보’ 그 속에서 생겨난 ‘혼란’과 새로운 ‘이해’까지 한국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소용돌이의 역사다. 이에 세계적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한국의 지난 20년을 한국의 신예 작가 10명과 함께 그려나간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비통 메종의 복합문화공간 ‘에스파스 루이비통(Espace Culturel Louis Vuitton)’에서 메인 테마로 ‘한국’을 조명하는 것이다.

브랜드 홍보를 위한 공간도 상업적 공간도 아닌 순수하게 현대 미술과 예술만을 위한 장소인 에스파스 루이비통은 2005년 바네사비크로포트의 전시를 시작으로 인도의 현대미술과 러시아 작가,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전시에 이어 2008년의 마지막을 한국 전시로 장식한다.

12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현대미술작가 김 범, 서도호, 함 진, 김혜련, 이형구, 전준호, 이수경, 정수진, 오용석, 플라잉시티 등 총 10명이 참여한다.

4- Keane 앨범 디자인 작업 모습
5- 권오상 작가의 Keane 앨범 재킷 이미지

무엇보다 이 전시는 에스파스 루이비통 측이 예술과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파격적인 한국의 변화를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es)’라는 주제로 구체화했다. ‘한국의 지로(Trajectories Coreennes)’라는 부제를 통해 초대 작가들은 짧은 시간 동안 한국 사회를 변화시킨 역동적인 에너지와 더불어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전통이 깃든 인상 깊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든 조형예술을 가로지르는 절대적인 법칙을 확신한다”고 말하는 작가 ‘정수진’은 자신만의 예술언어를 작품으로 창조한다. 전시에서 , 등 여섯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인물과 공간, 온갖 기이한 사물들이 뒤섞여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초현실주의를 표현함과 동시에 작가 자신의 열정적인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신체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통해 ‘21세기형 고고학자’라고까지 불려온 ‘이형구’ 작가는 지난 3월 뉴욕 전시에서 호평 받은 ‘호모 아니마쿠스’의 개념을 보다 체계화해 이번 전시에 소개한다. 신체를 다루는 그의 작업이 특유의 공상과학적 상상력과 만나 만화 캐릭터의 무제한적 불멸의 힘을 다루면서 진화한 것이다.

특히 벅스버니, 로드러너, 톰과 제리 등 이미 친숙한 미국 만화 캐릭터를 골격 표본으로 만들어 라틴어 이름을 붙였다. 서구 중심 사회에서 갖게 된 콤플렉스로 인해 신체 일부분을 기이하게 확대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욕구가 이번 전시를 통해 골격 표본들로 승화되고 있다.

계속해서 한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전준호 작가의 작품 <남북한 군복을 입은 전투 인형들 (Statue of Brothers)>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세워져 있는 ‘형제의 상’을 모티프로 서로 끌어 안으려는 포즈를 하고 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제각기 4분의 3박자 왈츠의 선율에 맞춰 빙글빙글 돌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마저 정언적인 메아리가 되어버린 오늘을 그리며 작가는 간과되는 냉전 현실을 유머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와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밖에 이수경의 백자 작품 , 유쾌하고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플라잉 시티의 , 오용석의 비디오 아트 , 함 진의 설치작품 <폭탄 위의 도시> 등 프랑스 파리에서의 한국 미술 약진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 이어 영국에서도 한국 작가의 실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온 천재’라는 별명의 ‘권오상’ 작가가 영국의 3인조 록 밴드 ‘킨(Kean)’의 새 앨범 자켓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것이다.

권오상 작가는 대상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조각의 방향에 맞춰 이어 붙이는 사진 조각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영국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에서 개최한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조각 개인전은 하루 최고 87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을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를 눈여겨본 킨 밴드의 아트디렉터 Tourist 측은 권오상 작가에게 킨의 세 번째 음반 재킷 디자인 프로그램에 참여를 제안했고, 이렇게 시작된 작업은 각 멤버별로 2,000여 장의 세부 사진 촬영과 6주간의 작업 기간을 거쳐 권오상의 데오도란트 타입으로 완성된 것이다. 뿐만 아니나 그의 작품들은 영국의 포럼(The Forum)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다.

권오상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대학 시절부터 시작해 올해가 데오도란트 타입이 세상에 나온 지 딱 10년이 되는 해다”며 “작업 내용은 주로 고전 미술에서 시작돼 광고나 잡지 등에 표현되는 현대의 시각 이미지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보통의 경우 한 작품 당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은 데오도란트 타입에 이어 지점토로 아카데믹한 방식의 조각을 제작하는 ‘더 스컬프쳐’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데 모터바이크의 토르소가 그 첫번째 시리즈가 될 것이다”고 다음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전시는 물론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여나가는 한국 작가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