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용의 대가 삶과 예술세계 담은 영상·이론 재조명
이날 행사는 조택원 영상 다큐멘터리 <무상(舞想)>의 감상회와 조택원 연구 발표 등 총2부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초점은 역시 1부의 <무상>에 맞춰져 있다.
‘춤의 거장 조택원, 영상으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조택원 춤영상 포럼’은 2년에 걸친 <무상>의 제작 과정과 함께 한국춤의 문화적 우수성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린 조택원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난다.
이번 영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최승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조택원의 삶의 단편들이 그를 알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직접 서술되는 생생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택원의 오랜 연인이자 춤 파트너였던 일본무용가 오자와 준코(少澤洵子)를 비롯해 프랑스에서의 활동을 지켜본 박고영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조택원의 <소고춤>을 작곡한 원로작곡가 김성태 선생이 조택원의 모습을 회고한다.
현재 춤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증언은 조택원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태평무 인간문화재 강선영, 조동화 월간 <춤> 발행인, 조택원의 부인이자 미망인인 원로무용가 김문숙, 차녀 조병현 여사 등이 어느 연구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조택원의 일상사들을 세밀하게 증언한다.
|
김종원 영화평론가, 유민영 연극평론가, 성기숙 무용평론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존재론적 의미와 예술적 업적을 평가하는 모습은 조택원의 예술활동이 미친 문화적 파급력을 가늠하게 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필름인 양주남 감독의 영화 <미몽>(1936)도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잘 알려졌듯이 <미몽>은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춤 영화이며, 서양 모던댄스를 받아들인 근대 초기의 공연미학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다른 영상에서도 조택원은 끊임없이 춤을 춘다. 최근 일본에서 발굴된 1956년 9월 동경에서의 공연실황은 <춘향조곡>(1940), <신노심불로>(1949년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초연), <소고춤>(1956) 등 공연예술적 가치가 높은 신무용 명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영상은 춤 선구자로서의 조택원뿐만 아니라 근대의 문화지성이자 대중스타로서의 조택원의 위치도 재확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 감상에 이어질 제2부 조택원 담론 발표에서는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의 <근대 한국공연예술과 조택원>, 김태원 한국춤평론가회장의 <조택원의 해외에서의 춤 활동과 그 의의>,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세계인’을 표방한 춤의 거장 조택원> 등이 발표되며 조택원의 삶에 대한 이론적 조망을 거치게 된다.
연낙재는 지난해 조택원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이번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무용사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사에 있어서 ‘거인’이었던 조택원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02)741-280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