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음악가의 재발견

퍼셀, 헨델, 하이든, 멘델스존을 추모하는 클래식 콘서트가 새해 음악회를 한층 풍성하게 해줄 예정이다. 고음악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조르디 사발 &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은 이미 2008년 12월 전야제처럼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왕궁의 불꽃놀이'라는 부제로 공연한 그들은 퍼셀의 '요정의 여왕' 모음곡과 헨델의 '왕궁의 불꽃 놀이', '수상음악' 등을 연주했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는 올해, 네 명의 음악가들을 살려내며 클래식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음악회를 알아본다.

지난해 말 바로크 음반 <미스테리오소>를 발매한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오닐이 음반에 담긴 ‘헨델의 파사칼리아’ 연주로 막을 열면(2월 27일, 예술의 전당), 첫 내한하는 세계적인 합창단,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지휘: 스티븐 레이턴)가 아르보 패르트와 멘델스존의 종교합창 음악을 선보인다.(3월 1일, LG 아트센터)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를 서울 오라토리오가 3월 18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고 한국독일가곡연구소의 126회 정기연주회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기념음악회’로 꾸며진다.(3월 28일, 예술의 전당)

하이든과 헨델, 이 두 작곡가만을 기억하는 공연도 있다. 현재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원전음악의 전설 <톤 쿠프만 &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과 (3월 6일, 성남아트센터) 국내 연주가들이 3월 한 달간 펼치는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가 그것이다. 45년간 원전연주를 해온 톤 쿠프만은 5개 대륙의 영향력 있는 콘서트홀과 페스티벌 무대에서 활동해온 거장이다.

이번이 첫 내한인 그들은 하이든의 교향곡 83번 ‘암탉’과 헨델의 ‘수상 음악’ 1번등을 연주하며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3월 5일부터 4주간, 금호아트홀에서 주 1회 열리는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하이든과 헨델의 숨은 진주 같은 작품이 연주된다.

고전과 현대 레퍼토리에 모두 강한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지휘: 알렉산더 리브라이히)는 윤이상, 바버와 더불어 하이든의 곡을 넣었다.(3월 31일, LG 아트센터) 이렇게 3월의 무대가 지나가면 4월 6일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가 퍼셀의 ‘요정의 여왕’으로 런던 바로크와 함께 한국 관객을 찾는다.

2007년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20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엠마 커크비는 청아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에 정평이 나 있다.(LG 아트센터)

5월 31일은 전 세계에 ‘하이든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을 비롯한 도쿄,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드니, 보스턴, 아테네, 런던 등에서는 이 날 일제히 ‘하이든 서거 2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리는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서울바로크합주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로 천상의 소리를 전한다. <천지창조>는 <사계>와 더불어 하이든의 만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살아가는 동안 한번쯤은 들어봐야 할 작품이다.

이후 축제의 열기는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데, 청명한 가을 다시금 기지개를 편다. 한양대음악연구소에서 ‘제 3회 국제 바흐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바흐와 함께 헨델의 교회음악으로 예술의 전당을 가득 채운다.(10월 31일)

클래식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오스트리아-헝가리 하이든 관현악단(하이든 필하모니)의 공연도 기다리고 있다. 하이든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진 지휘자 아담 피셔가 이끄는 하이든 필하모니는 세계적인 하이든 음악 전문 연주 단체이다.

11월 26일 첼로 협주곡 C장조(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협연), 교향곡 45번 <고별>과 94번 <놀람> 등의 레퍼토리를 연주할 예정이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만나게 되는 헨델의 <메시아>는 국립합창단의 129회 정기연주회에서 만날 수 있다.(10일, 예술의 전당)

■ 4인의 작곡가 명음반


1- 헨델의 '수상 음악' '왕궁의 불꽃놀이'
조르디 사발 지휘, 르 콩세르 데 나시옹 연주


헨델의 만년 대작으로 꼽히는 관현악곡 두 작품은 <수상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다. <왕궁의 불꽃놀이>는 영국이 긴 전쟁에서 해방된 기쁨을 축하하기 위한 불꽃놀이에서 쓰였던 음악이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57인 편성으로, 불꽃을 쏘아 올리기 전의 서곡을 시작으로 불꽃과 불꽃 사이에 연주하는 여러 소곡이 무척 길어서 여러 개의 편곡 버전이 존재한다. 화려하고 웅장해 야외음악의 걸작으로 불린다.

<수상음악>은 두 개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런던 템즈강에서의 왕의 물놀이를 위해 작곡했다. 화려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곡이다.

고음악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조르디 사발 지휘와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의 연주로 들려지는 두 곡은 작품의 화려함을 살리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권위있는 음반상인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여한 앨범이다. 1993년 3월 카탈루냐 카르도나 성에서 레코딩 되고 리마스터링 되어 2008년에 재 출시되었다.

2-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칼 뵘 지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계>는 하이든 최후의 오라토리오다. 보통 성경을 소재로 하는 오라토리오에 농민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 초연 당시에는 내용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비난을 적잖이 받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부 구성을 가지고 있고 전곡 연주에는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군둘라 야노비츠 (소프라노), 피터 슈라이어 (테너), 마르티 탈벨라 (베이스) 등의 걸출한 성악가가 참여한 앨범으로 1967년에 레코딩 되었다.

1981년 타계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칼 뵘의 만년 녹음으로, 탄탄한 지휘와 꼼꼼한 그의 해석력이 독일 농민을 생동감 있게 묘사해내고 있다.

칼 뵘이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하이든을 녹음한 드문 음반이다. 참고로 오라토리오는 성악가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구성의 음악극으로, 드라마를 가졌지만 오페라와는 달리 무대장치나 별다른 연기가 필요하지 않다.

3-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
수잔 그레이엄(메조 소프라노), 이안 보스트리지(테너)


트로이가 함락되자, 트로이의 영웅 에네아스는 그를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새로운 도시 건설을 위한 긴 항해를 떠난다.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는 항해 도중 만난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에네아스의 치명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1689년 그리스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퍼셀의 오페라는 낭만주의 이후의 극적인 오페라와는 달리 정제된 선율과 하모니가 특징이다.

17세기 바로크 오페라의 복원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열려있는 가운데, 얼마 전에 국내에도 내한한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지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현재 가장 호평 받는 성악가 중 한 명인 수잔 그레이엄의 앨범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이 앨범으로 수잔 그레이엄은 최우수 고전 성악연주로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프랑스 음반협회가 주는 마리아 칼라스 상을 수상했다.

4-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와 5번 '종교개혁'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세련된 교향곡을 작곡한 멘델스존의 교향곡은 총 다섯 작품이다. 그 중 3번 <스코틀랜드>, 4번 <이탈리아>, 5번 <종교개혁>에는 표제가 붙어있어 듣는 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여행을 좋아했던 멘델스존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그 느낌을 음악에 담아왔다.

4번 <이탈리아>는 그의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히고 1830년 루터의 종교개혁이 300주년을 맞던 해에 기념으로 작곡한 5번 <종교개혁>은 대작으로 평가된다.

현재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이 앨범은 멘델스존 음반 중에서도 빛나는 레코딩으로 평가된다. 이탈리아의 경쾌함과 종교개혁의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