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들러리 악기' 편견 깨고 독일로 유학… 뮌헨 ARD 콩쿠르 참가도

현악기 가운데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자리한다.

높은 의자에 앉아야만 연주가 가능한 큰 덩치와 굵직한 저음으로 현악기가 가지는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두드러진 남성성을 얹어놓은 콘트라베이스는 그런 특징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향수>, <좀머씨 이야기>의 저자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 <콘트라베이스>에는 이 같은 세상의 인식에 대한 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하소연이 담겨있다.

콘트라베이스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을 향한 항변이자, 오케스트라 혹은 세상 속에서의 저평가에 대한 일침이다. 이 같은 푸념은 자부심으로 돌변해 불쑥 튀어나온다.

‘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베이스가 갖춰져야만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에서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 콘트라베이스가 더 이상 ‘들러리 악기’가 아님을 말이 아닌,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 이가 있다. 클래식계가 촉각을 세우고 바라보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성민제(19)다. 콘트라베이스 주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자랐다.

그는 이제 ‘제가 콘트라베이스고, 콘트라베이스가 곧 저’라며 자신의 존재와 콘트라베이스를 나누어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바이올린처럼 콘트라베이스를 다루는 뛰어난 재능의 연주자’로 성장시킨 동력이 아니었을까.

콘트라베이스가 아닌, ‘나만의 악기와 소리’를 연주한다는 그의 앞에서 이미 콘트라베이스 앞에 놓인 세상의 편견의 벽은 허물어졌다. 세상의 좁은 시야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성찰은 깊고 넓기만 하다.

“콘트라베이스는 다양한 음역 대에서 연주가 가능해요. 아주 낮은 음에서는 코끼리 소리만큼이나 두텁고 고음에선 한없이 매력적이죠. 오케스트라에선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고 솔로에선 어떤 악기보다도 화려합니다.”

열 살에 콘트라베이스를 시작한 그는 2003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음악 영재 발굴 프로그램인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첫 독주회를 했고 같은 해 더블베이스로는 최초로 서울시향과 성공적인 협연 무대를 가졌다.

2006년과 2007년에는 3대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 중 두 곳인 마티아스 스페르거 국제 더블베이스 콩쿠르와 쿠세비츠키 국제 더블베이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두며 국내외 클래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금호라이징스타시리즈 등 금호아트홀에서 3차례의 독주회를 가진 그는 2007년 제2회 대원음악상 장려상, 2008 제5회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온 성민제는 올해 더 큰 꿈의 그림을 그리며 내달, 뮌헨 국립 음대로 유학을 떠난다. 학업과 더불어 3대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의 마지막 남은 산, ‘뮌헨 ARD콩쿠르’에도 참가한다.

콩쿠르 일정으로 올해 예정되어 있던 ‘7인의 음악인들’(지휘자 정명훈을 주축으로 7명의 클래식 실력자들이 참여한 실내악 팀)에는 뮌헨 콩쿠르와 일정이 겹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공연에 참여하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는 그는 “콘트라베이스의 매력을 알리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노력하고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라는 말로 국내 팬들에게 당분간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