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일랜드'는 남아프리카에서 백인들로부터 멸시받는 흑인들의 아픔을 리얼하게 표현하여 섬, 감방, 죄수 등 인간의 극한 상황을 소재로 극중 극 '안티고네'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 자유, 정의, 진실 등을 표출시킨 작품이다. 1974년 아돌 후가드와 존 카니, 윈스턴 쇼나 등 3인이 구성한 남아연방의 반인간적인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이 연극은 1977년 국내 초연 당시 공화당 정권의 탄압아래 진실을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역설적인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져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외치다 쓰러져간 많은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2009년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아일랜드'는 원작에서 나타나는 흑백 인종갈등 문제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인 진리와 본질을 담았다. 시간적 배경을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박탈된 가까운 미래로 설정해 각색했으며, 기계가 인간을 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상황적인 유머가 풍부하고 미래화 된 비주얼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2009년 아일랜드의 강점이다.

'배우의 연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배우의 비중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연극 '아일랜드'의 이번 공연에는 2008년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거머쥔 뮤지컬 배우 조정석과 실력파배우 양준모가 앙상블을 이룬다.

초연 이래로 30여 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연극 '아일랜드'는 '사회'라는 창살 없는 감방 안에 갇혀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의 심연에 조용하고도 강력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2월 14일부터 4월 5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 02)764-876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