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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춘천사랑 책으로 승화
이승훈·오정희등 29명 의기 투합 '봄의 도시' 주제 에세이집 출간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1-문인 29인의 춘천연가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작가 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7인 (좌로부터) 유안진 시인, 오정희 소설가, 이승훈 시인, 한명희 시인, 박남철 시인, 박찬일 시인, 이문재 시인
2-오정희
3-이승훈
4-유안진


춘천은 봄의 도시다. 춘천(春川)이란 지명이 이미 봄을 품고 있다. 그래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번쯤 춘천을 떠올린다. 희뿌연 안개와 도시를 둘러싼 호수는 이곳의 운치를 더한다. 게다가 서울에서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의 삶은 '적당한 고독'도 선사한다. 작가들이 춘천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승훈, 오정희, 이문재, 유안진 등 29명의 문인들이 춘천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문학동네 펴냄)이 나왔다. 지난 주 책 발간을 앞두고 모인 작가들에게 춘천에 대한 기억을 들어보았다.

오정희, 춘천은 문학적 자산

"제 남편이 춘천 사람에요. 또 제 아이들까지 5대가 춘천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5대가 춘천에 살아간다는 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소설가 오정희 씨는 30여 년째 춘천에서 살고 있다. 서울 태생의 그는 춘천 출신의 남편을 만나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아이들을 키워 다시 도회지로 떠나보낸 세월을 담담하게 말했다.

"책에서 이문재 시인이 제대하고 생활비 벌려고 춘천에 왔었다고 썼잖아요. 카페 일하러 왔다가 자리가 없어 하루 만에 그만두는 슬픈 경험담이던데. 그 가게 주인 알 것 같아. 예전에 나한테도 글 쓰라고 카페 한 편에 방을 내주었던 분이에요."

안개 때문에 기저귀가 잘 마르지 않아 고생했던 젊은 시절부터 남편과 단둘이 남은 집에서 봄을 기다리는 지금까지, 오랜 춘천 생활은 그의 문학적 자산이 됐다.

작가는 거대한 소양댐을 보았을 때의 충격으로 훗날 소설 '파로호'를 썼고, 춘천이란 낯선 곳에서의 배회와 외로움은 '꿈꾸는 새', '비어있는 돌', '바람의 넋'등에 녹여냈다. 소설 '옛 우물'은 그가 잠시 살았던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던 오래된 한옥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쓴 것이다. 장편 '새'는 춘천역과 퇴계동의 철길을 무대로 썼다.

오 작가는 "서울과 떨어진 작은 도시 춘천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고독과 고립이 있었다. 작가가 창작을 위해 필요로 하는 세계에 대한 낯설음과 거리감을 충분히 유지시켜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춘천이란 곳이 예술가들이 많은 도시라고 합니다. 서울과 교통도 멀지 않고 생활비도 적게 들고 집값도 싸고. 답답한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숨어서 자기 세계를 일궈 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진 것 같아요."

이승훈, 내 고향 춘천

책 맨 첫 장 나오는 이승훈 시인의 에세이는 자못 서글프다. 이 시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그 곳에서 한국전쟁을 겪었고 유년시절을 지냈다. 대학교수로 춘천에서 다시 30대를 보냈지만 이때 경험했던 안개 때문에 서울로 이사 간 이후에는 고향을 자주 찾지 못했다고. 이 시인은 고향에 대한 부채감을 이번 에세이로 털어냈다.

"고향에 대해서 늘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종의 부채감 같은 건데. 다른 문인들은 고향을 자주 가고. 또 고향이 마치 문학적 자산처럼 느껴지는데 저는 이상하게 그런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일종의 부채감이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기획돼서 글을 썼습니다."

작가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승훈 시인은 춘천 출신의 작가들과의 인연을 소개 했다. 이 책에 함께 글을 쓴 전상국 소설가와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전 작가는 이번 에세이집에서 유년 시절 이승훈 시인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노라고 말한다.

'질투였다. 그때 후니는 문예반 선생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 백일장에 나가 입상을 도맡았던 것이다.' (전상국, '봄내의 봄날 봄봄하다' 중에서)

"전상국 씨가 쓴 그 에세이 속에 후니가 바로 나에요. 전상국 씨가 강원일보 학생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 없는 가작'이 됐을 때 시 부문 당선이 나였지요."

전상국 작가는 훗날 춘천에서 중학교 교사가 됐고 최수철, 최승호, 박찬일, 조성립, 정정조, 신현봉, 최현순 등 춘천 출신 문인들의 학창시절 담임을 맡았었다. 이승훈 시인 또한 1969년부터 10년간 춘천교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이외수 작가를 가르친바 있다.

"최수철 씨나 박찬일 씨는 전상국 선생이 담임을 했고 내가 학교 선배인 문인들에요. 사석에서 만나면 전상국 작가한테는 선생님, 나한테는 선배님이라고 하지요."

유안진, 시적인 도시

'그저, 다만 새봄 한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시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를 쓴 유안진 시인은 유쾌한 입담을 자랑했다. 그는 "춘천이란 지명을 생각하다가 '봄은 남쪽에서 오는 게 아니라 춘천에서 온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어디서 발설을 하면 다른 시인이 쓸까봐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청탁 들어왔을 때 얼른 썼다"며 "이 시가 문화예술위원회 우수작으로 뽑혀 춘천 덕에 100만원도 벌었다"고 말해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유 시인은 1970년대 시간 강사로 춘천에서 보냈던 시절을 회상하며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는 경춘가도의 아름다움을 설명했다. 그 시절 춘천 호숫가에서 먹은 어죽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춘천이 갖는 낭만과 서정성은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

"언어를 다루는 시인이 봤을 때, 춘천은 지명 하나만도 시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머문 공간은 문학적 자산이 된다. 이 날 모인 문인들은 춘천에 대한 기억만 갖고도 한 동안 구성진 입담을 풀어 놓았다. 박찬일 시인과 박남철 시인은 춘천 이야기를 안주 삼아 얼큰하게 취했다. 춘천은 이름만으로도 문학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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