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옥, 한국 춤 토대로 창안… 백남준 등과 세계 예술 선도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과 함께 활동하며 일찍이 한국 춤을 해외에 알린 이선옥(67)의 삶과 예술세계가 모처럼 조명됐다. 7월 25일 춤자료관 연낙재(관장 성기숙)가 주최한 포럼 '선무의 세계 몸과 마음의 우주적 교감' 에서다.

이날 행사에서 이선옥 씨는 자신이 고안한 선무(禪舞, Zen Dance)의 원리와 기법에 대해 설명했고, 성기숙 관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이선옥의 춤 세계와 선무의 예술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이선옥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함께 김정수 단국대 교수를 비롯해 이숙재(한양대), 최상철(중앙대), 김명주(순천향대), 김영실(순천향대) 교수 등이 토론회를 가졌다.

이선옥은 한국춤의 명인 이매방, 김천흥, 김숙자, 여류명창 김소희를 사사한 후 1969년 미국에 유학해 뉴욕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춤을 토대로 한 선무를 창안해 서구 공연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70년대에는 뉴욕 예술가들의 본거지가 된 소호 지역을 중심으로 백남준과 함께 활동하며 세계 예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데 동참했다. 백남준이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칠 때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 전위무용의 대가 머스 커닝햄, 그리고 앨런 긴스버그, 요셉 보이스 등 각 분야의 세계적 전위 예술가들과 함께 <글로벌>(1977)이라는 작품에 출연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또한 86아시안게임 때 백남준이 인공위성 프로젝트로 제작해 뉴욕, 파리, 도쿄에 동시상영한 <바이바이 키플링>(1986)에서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출연해 살풀이춤을 추기도 했다.

이선옥의 활동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선무를 창안하고, 그 예술적 가치와 미학적 우수성을 서구사회에 널리 알리면서 선(禪) 철학의 정신을 구현해 온 점이다. 80~90년대 미국에서 300여회의 공연을 펼치며 선무용의 붐을 일으켰고, 1996년 뉴욕에서 선보인 이선옥의 선무 관련 공연자료는 현재 뉴욕 링컨센터도서관에 영구 소장돼 있다.

이선옥 씨는 선무의 원리와 기법에 대해 "한국 전통사상을 비롯한 동양정신에 바탕했으며, 한국춤에 아방가르드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성기숙 관장은 "이선옥 선생은 선무라는 독창적인 춤을 창안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렸음에도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분의 삶과 예술이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선옥 씨의 자료를 모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선옥 씨는 1997년 영구 귀국해 선무를 전수하고 있으며, 단전호흡, 기공, 명상 등 선의 요소를 근간으로 한 선무치유법을 고안해 심신의 고통을 다스리는 경지로까지 확장, 의미 있는 성과를 낳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