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임명까지 '자유예술캠프' 운영하며 자유예술대학 실험


차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방향을 결정할 총장 후보 선거가 지난 20일 마무리됐다. 1차 선거에서 과반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실시된 이번 2차 투표에서 김남윤 음악원장이 59표를 얻어 1위, 박종원 영상원장이 한 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절차에 따라 두 후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추천하고, 행정안전부에서 2∼3주간의 인사검증을 한 후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 대한 예술계의 관심은 단순히 차기 총장이라는 보직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문화부의 감사와 황지우 전 총장의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통섭교육과 이론과 운영에 관한 교내외의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신임 총장에게 우선 부과된 숙제다. 무엇보다 때 아닌 이념 논쟁에 휘말려 뒤숭숭해진 학내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한예종만의 수준높은 예술교육을 당차게 추진할 리더십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두 번에 걸친 이번 선거 양상은 이 같은 학내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는 박종원 영상원장이 64표, 김남윤 음악원장이 55표로 9표의 차이가 있었지만, 2차에서 김 원장이 이를 역전시킨 것은 정치적 편향보다는 예술교육에 대한 철학에 유권자들이 점수를 더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감사 사태에서 발단한 자유예술대학의 개교 역시 신임 총장의 취임 이후로 연기됐다. 자유예술대학은 한예종의 존재를 곡해하고 오도하는 여론을 불식시키고 그간의 교육성과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지난 6월초 교수와 학생, 학부모, 동문 대표자로 구성된 '한예종사태대응연석회의'가 6월 22일에 시작하기로 의결하고 세부 프로그램들을 기획·추진해왔다. 그러나 공간 사용 문제를 놓고 학교 당국이 지난 10일 '행사의 승인여부 결정을 차기 총장 취임 이후로 유보한다'라는 공문을 총학생회 측에 전함에 따라 자유예술대학의 한예종 내 개교는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이에 자유예술대학 추진위원회는 원래의 '자유예술대학'이라는 명칭을 '자유예술캠프'로 변경하고 외부 공간에서 그 취지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유예술대학에 수강 신청을 한 시민과 예술인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 한예종이라는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열려진 자유예술캠프는 오는 8월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다.

자유예술대학의 선행 단계로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기존의 수준 높은 교·강사진의 강의는 대체로 진행되지만 원래 계획보다는 축소됐다. 황지우 전 총장의 '명작읽기'를 비롯해 춤평론가 김채현 교수의 '종횡무진 축제난타',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의 '새로운 자유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영화와 드라마' 등 기존의 인기 강좌는 그대로 진행된다.

추진위 사무국 측은 "한예종에 대한 장기 감사가 자유예술대학의 초기 동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것을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번 자유예술캠프가 자유예술대학 개교를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