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대한 추측>, <에리직톤의 초상> 등으로 유명한 이승우 작가의 단편소설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르 클레지오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한 한국작가 중 한 사람으로 언급된 적이 있으며,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여타 연극과는 다르게 캐릭터, 공간, 주제 등이 재구성돼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소설과 연극의 공통된 인물로 주인공 '천편'과 '여자'가 등장하나, 연극에서는 또 다른 등장인물들이 새로이 등장한다. '기억', '천편의 내면 등은 주인공의 심리를 더욱 섬세히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도살장 위에 지어진 도서관이라는 공간적 배경 대신 연극 무대-도살장과 같은 변천사를 지나 재개관된 연극사 자료실을 연극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연극'이라는 소재를 관객의 눈앞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재는 도살꾼이지만 과거에는 연극 무대 위에서 활약했던 적이 있는 남자 '천편'과 기면증을 가진 연극사 자료실 직원인 '여자'의 이야기로, 기면증으로 잠들어버린 여자에게 도살꾼이 되어야만 했던 비밀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천편'의 사연이 무대에 올려진다.

다양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천편 역은 다수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배우 박지일이 맡았다. 10월27일부터 11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 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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