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 조각전>
조각가 김성복 교수(성신여대 조소과)는 새해 호랑이 조각전을 열면서 나름의 주석을 붙인다.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고 길운(吉運)을 부른다는 호랑이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 것.
경인년을 맞아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줄을 잇는 가운데 김성복 교수의 전시는 드물게 조각인데다 그 함의 또한 독특하다.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금 나와라 뚝딱'전(1.6 ~1.23)은 호랑이를 주요 테마로 고단한 현대인의 삶을 어루만진다.
'삶을 조각하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전시에는 <신화> 연작과 <금나와라 뚝딱> <슈퍼맨>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연작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고 있지만 핵심은 호랑이다. 그의 작품 속 호랑이는 용맹스럽거나 무서운 형상과는 거리가 멀다. 도깨비 방망이 모형의 꼬리가 달린 호랑이를 비롯해 오방색으로 몸을 치장한 호랑이, 날개 달린 호랑이 등 장난스러운 모습에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도깨비방망이는 하루하루 쌓여가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우화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남을 두렵게 하기보다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호랑이를 통해 무거운 현실을 경쾌한 익살로 넘어서 보고자 한 것이죠." 그에 따르면 삶이 던지는 그대로의 진지함을 피하고 가벼움의 미학을 취한 셈.
해태제과의 해태상을 비롯 이번 조각전의 호랑이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대표작인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연작은 후자를 대변한다. 그의 해학은 대학(홍익대) 때부터 가르침을 받은 전뢰진 조각가의 골개적 유희의 미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만의 관조적인 색깔을 풍긴다. 그의 작품 속 강한 의지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삶은 불확실한 것이지만 분명한 것도 있다"고 말한다. 반드시 살아본 자만이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그런 삶은 희망을 찾아 앞으로 행군하는 조각에, 해학적인 호랑이 형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이번 조각전은 누구나 한번쯤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보고 싶게 한다. 02)730-353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