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빛과 공간 주제, 16명 작가의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

과자 상자들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다

과자를 먹고 나면 남는 것은 종이 상자와 포장지들. 한 번 먹고 나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일부 '운 좋은' 포장지들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쉽게도 아주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과자상자들이 멋진 조형작품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청동과 과자상자로 만든 자동차, 과자상자와 한지를 소재로 만든 마을, 과자상자로 만든 로봇 태권브이, 과자봉지가 꽃 핀 아름드리 나무, 골판지로 만든 해태상과 대형 비스킷, 자동차 인형 등… 현대미술계의 샛별이 될 열 여섯명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만나 열 여섯개의 빛나는 꿈을 담은 '꿈꾸는 과자상자'가 재탄생했다.

제품 보관과 운반의 기능을 다하면 그냥 버려졌던 과자 상자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장소는 갤러리 쿠오리아.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제과(회장 윤영달)의 서울 남영동 본사 1층에서 계속되고 있는 박스 아트 전시회를 통해서다.

올 해 4회째인 이 번 전시회의 테마는 '꿈꾸는 과자상자전 – 열여섯개의 빛나는 꿈'. '빛과 공간'을 주제로 김명범, 심효선, 이종한 등 현대미술작가 16명이 과자 포장지들을 설치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작품은 모두 38점으로 평면작, 꼴라주, 설치예술 등 장르와 형태도 다양하다. 그저 평범한 종이나 상자에 불과한 재료들이 새로운 창작품으로 재탄생 되는데 상상의 한계는 없어 보인다.

예술품으로 탈바꿈한 소재들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대표 과자들인 오예스, 부라보콘, 에이스를 비롯해 산도, 뽀또, 초코하임, 참크래커 등의 제품 포장상자와 비닐 등이다. 한낱 폐지나 쓰레기로 버려졌을 소재들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치면서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창작물로 환생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과자포장지가 작품으로의 놀라운 변신을 꾀하는 박스아트 전시는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전시의 장으로 그간 자리매김해 왔다. 벌써 4번의 전시체험전을 통해 제품의 포장재료들은 설치예술품으로 변하거나, 어린이들의 장난감, 곤충이나 때로는 전통놀이인 딱지, 궁전에서 요술관 등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박스아트 네번째 이야기는 설치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난 전시들을 통해 평면 작품, 꼴라주 작품, 입체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로 변화를 거듭해 온 종이 포장지들은 올 해 한층더 종이, 비닐, 플라스틱의 소재적 특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했고, 원형, 고깔, 사각 등의 다양한 모양 등 조형성을 극대화 시켰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작품의 중요 표현 요소 중 하나를 '장소'로 설정했다. 전시장 벽면, 바닥, 공간, 천정 등 다양한 공간 중 작품과 하나가 되는 공간을 확보, 마치 공간과 작품을 떼어서 생각 할 수 없는, 공간과 설치작품이 하나로 뒤섞여 하나가 된 듯한 느낌으로 작품을 표현했다.

올 해 전시 작품들 대부분은 무엇 보다 '빛'을 이용해 전시장 벽면, 바닥, 천정 등 다양한 공간과 작품을 하나로 어우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어린이를 위한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 빛이라는 배려에서다.

작가들 또한 단순한 소재로 활용한 이들 조형예술 작품에 다양한 빛과 조명을 접목시켰다. 부라보콘을 든 아톰, 자동차 인형 등 장난감과 결합한 브라보콘, 죠리퐁으로 만든 샹들리에 등 작품들마다 갤러리의 벽과 바닥 천정 등 공간과 구역의 경계 없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겨울 방학에 맞춰 열리는 '꿈꾸는 과자상자전'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대화하고 공감하며 참여하는 즐거운 전시를 표방한다. 어린이들은 과자 상자와 포장지를 재료로 만든 조형예술 작품을 만져보고, 변형시켜 보고, 직접 작품도 만들어 봄으로써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관람객들은 전시된 작품들을 직접 만져보거나 체험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 작가 작품을 자신의 입장에서 재해석, 재설치 해보는 코너를 통해 직접 작가가 되어 볼 수도 있기 때문. 버려졌던 과자 상자들이 창작품으로 재탄생,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원 재활용을 즐겁게 체험하는 에코학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열여섯 개의 빛나는 꿈'을 부제로 내건 이번 전시회는 '과자 포장지, 설치예술로 태어나다', '빛으로 꿈꾼다', '세대공감의 장', '꿈을 담은 과자상자'의 4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전시 작품 마다 각각의 색깔 속에서 관람객 개개인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추억과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

전시를 담당한 ㈜크라운 제과의 전선매씨는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이 과자상자라는 일상 속 소재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한다"고 말한다. 겨울 방학을 맞아 아이 등 가족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전혜윤(서울 송파구)씨도 "다양한 포장과 조명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색감과 작품에 숨어있는 유머코드가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전시체험을 통해 온가족이 인상깊은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2월2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기간중 모든 관람객에게는 미니월드컵 키트와 과자선물세트를 안겨준다. 주말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서 과자상자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체험워크샵 '탁상용 박스아트 시계 만들기'도 진행된다, 체험워크샵은 크라운해태제과 아트체험 전문사이트 아트블럭(www.art-block.c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5세 미만의 어린이와 경로자는 무료. 입장료 일반 7000원, 단체 20인 이상 5000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작가 심효선 씨가 해태제과의 대표 브랜드인 홈런볼의 포장지를 소재로 만든 <40개의 조리퐁>을 감상하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