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류노아의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해석의 주체와 대상이 각기 다르다.

하지만 화면마다 절묘하게 뒤섞인 동서양의 도상과 기표들,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들, 인종의 구별이 애매한 군상들, 주제의 근엄함과는 별도의 의미를 가지는 팝 적인 기표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더욱더 초현실적이게 만드는 원근법의 불일치성은 공통되는 점으로 그가 의도한 심리 추리극을 한층 급박하게 전환시킨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는 금욕적인 주제는 확실히 신선하다. 간과하기 쉬운 인간 욕망에 대한 탐구가 종교적인 측면에서 출발된 전시를 보는 것이 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류노아가 선택한 주제는 인간윤리에 근거한다. 이것은 사회 안에서 관계가 아닌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에 기준하며, 그래서 작품 안의 주체는 그림을 그린 자신이 되기도 하고 그것을 관람하는 관객도 되기도 한다.

그림 안에 묘사되는 광기와 야만의 현장은 시간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류노아 머리 속의 '디스토피아' 이며 삶을 통해 습득된 마음속 두려움의 잔상일 것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 '혼란의 모습'을 실현시킨 류노아가 진정 추구하는 세계는 욕망에 허우적대는 인간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를 통해 진리의 청명함을 좆는 예술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5월13일부터 5월30일까지. 브레인 팩토리. 02) 725-95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