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리어왕>을 미추만의 역동적인 연극미학으로 무대 위에 녹여낸 작품.

리어왕과 글로스터로 대변되는 과거 세대가 가진 욕망과 파멸의 과정을 리어왕의 세 딸과 글로스터의 아들 에드먼드와 같은 젊은 세대 역시 그대로 답습하게 되고, 리어왕이 실성하고 글로스터가 눈을 잃는 것처럼 엄청난 고통과 대가를 치러야만 뒤늦게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이 시대에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인간의 한계이자 비극이다.

이 작품에서 나타난 배반과 음모, 분노와 저주, 사랑과 충성의 다양한 모습들은 가혹한 고난과 시련을 통해서만 인간의 진실과 존귀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다.

이 공연은 연출가 이병훈이 맡아 그만의 해석이 돋보이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와의 유사성을 찾아 작품 속에 담아내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은 많은 은유를 담아내면서도 특정 시대와 배경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무대를 만들어 낸다.

이 작품은 올해 7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제17회 베세토연극제에 한국 대표작으로 초청되어 일본 신국립극장에서 일본관객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 6월12일부터 6월2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