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 강효 예술감독7년 만에 한국대표 국제음악제 우뚝… 후임엔 정명화·정경화 자매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세종솔로이스츠가 리차드 대니엘푸어의 '축복받은 자의 눈물'을 연주하고 있다.
로키산맥 한 자락에 자리 잡은 고원도시는 매년 여름 10만여 명의 인파로 북적인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9주간에 걸쳐, 낮에는 클래식 거장들이 음악을 가르치고, 밤에는 그들의 연주를 음악 애호가들과 함께 즐기는 그곳은 아스펜 음악제가 열리는 곳이다. 7년 전, 아스펜 음악제를 본떠 한국에 만든 것이 대관령국제음악제였다.

이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음악제로 자리 잡은 이 음악제를 기획한 이는 강효 예술감독(65,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어드 음대 교수)이다.

그가 세계 8개국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해 창단한 세종솔로이스츠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아스펜 음악제의 상임실내악단으로 활동했다. 2004년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린 이후 그들은 이곳의 상임실내악단이 되어 매년 여름 대관령에 짐을 푼다.

강원도에 140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까지 가져온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불과 7년 만에 평균 4만여 명이 다녀간다. 이곳을 다녀간 학생 중에는 국제무대와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점점 참여 학생도 늘어나 올해는 8개국에서 160명의 학생들이 찾아왔다. 올해 참여한 102명의 아티스트들은 낮에는 강의실에서, 밤에는 무대에서 학생과 음악애호가들과 만난다.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엘마 올리베이라가 마스터클래스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23일 개막한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껏 음악제를 이끌어온 강효 감독의 사임 소식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명화 정경화 자매에게 예술 감독직을 물려준다는 그를 30일 대관령에서 만났다. 음악제를 기획할 때부터, 국제음악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면 떠난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강 감독은 "만족스럽고 웃으면서 떠날 수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50년, 100년 된 세계적인 음악제들을 보면서 대관령음악제도 여러 리더십을 거쳐 발전해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성장 단계를 구상했고, 그 안엔 사임과 후임 건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쯤이 적절한 시기라 생각되어 준비해 왔습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역사가 짧아 그동안 예술감독 교체가 없었던 만큼 단단한 승계 계획이 있어야 했지요."

지난 7년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텐데요.

2회 음악제의 주제가 <전쟁과 평화>였습니다. DMZ에서 공연하기로 하고 지금은 폐허가 된 노동당사 앞에 야외무대를 설치했지요.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많은 공을 들여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어요. 3000명의 관객이 모였는데, 객석에 설치한 가림막도 부서질 정도로 거셌지요. 밤 9시가 넘도록 비가 그치지 않자,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무대에 서기로 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떠나버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날씨가 갰고, 결국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로만 할 수 있는 곡으로 변경해서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죠.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후임으로 정명화, 정경화 선생님 두 분이 결정된 배경은.

강효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잘 알려졌다시피 정명화, 정경화 교수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아티스트죠. 세계의 거의 모든 최고 음악제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풍부하고 그에 못지 않은 이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명화 교수는 첫해부터 대관령음악제와 함께 해와서 음악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계십니다. 참가 아티스트와의 친분도 있어 음악제의 영속성과 새로운 시도를 균형 있게 이루리라 생각해요. 또 정경화 교수는 뉴욕이란, 세계 흐름의 중심지에서 활동하니, 대관령음악제의 특성을 지키면서 더 화려하고 복합적인 음악제로 발전시켜 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수장으로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세종의 이름으로 더 많은 국제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이미지 향상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젊은 한국인 연주자에게 합주와 독주의 기회를 주어서 그들의 기량과 음악성 발전도 돕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침체기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10년 후는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어제 열린 개막공연은 알펜시아 리조트에서의 첫 음악제였고, 새로운 홀에서 처음으로 연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관령 음악제로서 맞은 새로운 요소들이었는데요. 전국에서 찾아온 음악애호가들로 가득 찬 객석을 보고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음악제가 무(無)에서 시작해 발전하는 과정의 중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후에는 이보다 더 거대한 음악제가 될 것이라 믿고 또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create&recreate로 이미 존재하는 곡, 그리고 그 곡의 영향으로 새롭게 창조된 작품을 연주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 또한 어떤 하나를 바탕으로 새로운 또 하나가 탄생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또 그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주면서 역사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번 음악제에서도 그러한 음악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강효 감독은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프롤로그를 이같이 장식했다. 세대를 이어가는 창조의 리듬, 대관령국제음악제는 강효에서 시작해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으로 이어지며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관령=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