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usion_Epoxy Resin'
여인의 뒷모습을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진 김현식의 이번 작품은 '폭포수'이다. 작품 속에는 여인의 긴 생머리 대신 폭포의 강한 물줄기가 화면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서 사용해온 레진(resin)으로 그동안 2차원 평면 속에 시공간을 가두는 실험을 지속해온 작가는, 이번에는 그 위에 '환상'과 '환영'을 접목시켰다. 흰 물줄기가 시공간이 겹겹이 쌓인 하나의 통일된 흐름이라면, 그와 대조되는 짙은 남색의 배경은 마치 환영 속 세계와도 같다.

그 짙은 어둠 속에 시선을 고정시키다 보면 마치 환영처럼 이국적인 얼굴이 떠오른다. 이는 작가가 패션 잡지를 잘라 붙였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해서 얻어낸 시각적 환영이다.

잡지 속 얼굴은 가장 현대적인 모습, 가장 지금에 가까운 얼굴을 드러내지만, 작가는 그 시간을 지워내고 폭포에 내재된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게 한다. 흰 폭포수와 짙은 배경 사이로 오가는 대조적인 시선 속에 과거와 현재, 미래, 환영이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총 3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은 2차원 평면에 시공간을 압축시켜 놓은 작가의 미적 실험과 고뇌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 21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갤러리 LVS. 02)3443-747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