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의 틈바구니 속에서 스멀스멀 제 몸집을 불려오는 시뮬라크르의 세계. 자연의 모습을 한 수많은 '인공'들은 불멸의 생명력으로 인해 오히려 생동을 잃고, 자연에 대한 도시인들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킴으로써 그 헛헛한 욕망의 뒷맛을 맛보게 한다.

안경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인공', 그 중에서도 인공산을 소재로 한 연작들을 선보이며, 허망한 욕망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놀이공원, 동물원에서 나아가 이제는 식당 앞 혹은 공원이나 전철역 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 온갖 인공조형물들. 오로지 장식의 역할로서, 양식화된 자연들은 정교함이 극에 달할수록 오히려 플라스틱 냄새가 나는 듯하다.

작가의 작품 역시 언뜻 보면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한 자연 풍광처럼 보이지만, 의도적으로 곳곳에 배치해놓은 배수구멍을 발견하는 즉시, 관람자들은 몇 배의 허망함과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는 또한 인공 자연물의 속성을 최대한 극대화시키기 위해, 키치적 속성을 부각시킨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블랙라이트 박스 안에 설치된 모형 자연 위로 형광조명을 비춰, 서로가 서로의 조악함을 밝히는 것이다. 또한 먹의 그윽한 무게로 그 위엄을 뽐내던 동양 산수화와 달리, 같은 흑백임에도 그 느낌이 마치 복제된 판화에 가까워 말 그대로 깊이감 없는 '인공 산수화'를 완성해낸다.

A4용지에 복사된 동양화를 액자에 끼워 벽 한편에 걸어둔 모양과, 플라스틱 바위에서 질질 흐르는 폭포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도시 속 진정한 삶의 실체를 되묻게 한다. 2010년 12월 9일부터 2011년 1월 3일까지. 갤러리 비원. 02)732-127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