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회화 작품 3차원 입체로 즐겨… 교육효과 뛰어나
이상한 것은 그림도 마찬가지다. 르누아르, 피카소, 마티스 등 누구나 알 만한 명화들의 모습이 어딘가 미묘하게 변형되어 있다. 액자 바깥으로 나온 그림 속 인물들의 몸은 그대로 관람객과 이어져, 경직된 관람 대신 재미와 오락으로서의 관람 문화를 제안한다.
지난해 말부터 가든파이브 라이프(LIFE) 테크노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특별전>은 이처럼 평면 회화 작품을 3차원의 입체로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전시다.
(Truc Art)는 2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트릭아트(Trick art)의 불어 버전으로, 직역하자면 '속임수 예술'이다. 벽면이나 바닥에 역사적인 명화나 조각 또는 동물, 식물 등을 그리면서 빛의 굴절이나 반사, 원근법 또는 음영 등을 이용해 시각에 따라 착각을 일으키는 원리를 활용하는 예술이다.
의 관람 포인트 역시 이러한 '속는 쾌감'과 작가의 유머 감각을 즐기는 데 있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의 신이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의 끝에는 아담 대신 웬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GH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려는 본능과 원래 가지고 있는 선입견 사이에서 뇌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원작과 조금씩 다른 작품의 특정 부분이 위치와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작품과 내가 이어진 듯한 새로운 경험도 이런 특성 덕분이다.
그동안 는 주로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서 해외 사례를 통해 알려져 왔다. 거리의 벽면이나 바닥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린 착시 그림은 실제로 높이나 깊이, 부피가 있는 것처럼 인상적인 입체감을 뽐내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명화, 동물, 인물, 동양화, 영화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도 원래 잘 알려진 원작들을 조금씩 변형한 작품들을 통해 비교하는 재미가 있고, 특히 심리적인 트릭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의 연대나 업적을 알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
이런 의 특성은 전시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기획자가 우선 디자이너들에게 테마별로 분류를 해주면, 디자이너들은 테마와 관련된 원작을 선별해 몇 개의 후보작을 정한다.
작품이 선정되면 디자이너가 각자의 유머 감각을 발휘해 포토샵으로 기본적인 변형의 콘셉트를 만든다. 이때 르누아르의 작품 속 여성에게 부채질을 해주게 하거나 김홍도의 <서당>에서 뛰쳐나온 아이 앞에 피자를 그려넣음으로써 관람객들이 유쾌하게 그림을 즐기게 한다.
기획자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육적 요소다. 이번 전시에 디자이너로 참여한 GH파트너스의 김재현 대리는 "여러 가지 테마 중 역사나 성경, 시사 같은 부분에서는 한 번 보고 즐기는 오락적 요소 대신 체험하면서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교육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하며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에는 이런 교육적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밝힌다.
또 전시 기획자가 의도한 반응과 실제 관람객들의 반응이 다른 점도 의 흥미로운 의외성을 방증해준다. 김재현 대리는 "작업할 때 인기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작품들과 실제로 인기 있는 작품이 다르고, 또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도 우리가 예상했던 방식과 달라 놀랄 때가 많다"고 말한다. 관람객의 열린 시각을 통해 해석이 무궁무진하다는 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는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통해 작품과 내가 새롭게 합쳐질 때 의미를 갖는 예술이다. 그래서 이 예술은 미니홈피와 블로그 문화를 전제로 하는 태생적인 동시대 예술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