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그렸거나, 예쁜 그림보다는 '날 것'의 '못 그린' 그림에서 더 큰 감동을 받는다는 작가.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투박하고, 다소 격렬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작가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아름다움이 있다.

인위성을 배제한 원시성은 작가가 추구하는 미의식의 기본이기도 하다. 인물을 그릴 때도 역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기보다는 지극히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무의식과 우연에 의한 드로잉 기법을 사용한다.

그의 붓질과 색채는 단순히 외부를 모방하는 데 종속되지 않고 그 스스로 자발적인 표정을 지닌 채 그림의 완성이 된다. 이러한 강렬한 주관적 색채의 사용은 그의 자유분방한 드로잉을 더욱 뜨겁게 하며, 감정의 분출을 더욱 폭발적으로 이끌어낸다.

또한 이러한 색채는 전통사물놀이나 농악 등에서 접할 수 있는 흥겨움 내지는 신명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데, 여기엔 바로 작가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인간의 실존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즐길 줄 아는 인간의 모습'에서 확인한다. 수많은 번뇌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기쁨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모순적이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간 실존에 대한 신뢰감, 애정의 표현으로 색채와 형태를 통한 해학성을 담아내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고된 노동, 즉 몸짓으로 그림을 그린다.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운 가는 붓질은 곧 작가의 움직임을 짐작시킨다.

선과 몸으로 채워진 공간은 그의 힘과 감정, 움직이는 동안의 흥겨움과 신명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더욱 뜨겁게 분출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1월 12일부터 1월 18일까지. 갤러리 이즈. 02)736-666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