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_72.7×60.6cm'
산책하며 길을 거니는 사람, 건물에 매달려 창을 닦는 사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낯빛으로 고개를 푹 숙인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는 사람….

거리의 흔한 풍경임에도, 어딘가 모르게 낯선 공간이 캔버스 안에 드리워져 있다. 현실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향기를 잃은 바람처럼, 잡히지 않는 표정을 지니고 있다. 마치 초현실의 공간처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올해로 10회째 개인전을 갖는 김형무 작가는 스스로를 이미지의 채집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줄곧 잡지나 인쇄물에서 다양한 이미지의 사진을 골라낸 후, 이를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개인전 역시 작가가 직접 채집한 이미지를 재조합하는 평면작업을 선보인다.

이미지를 선택하고, 오리고, 새롭게 조합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작가 특유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 가장 손쉽게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잡지 속의 이미지들은 현실에 기반을 두되, 욕망으로 점철된 '닿을 수 없는 현실'에 가깝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또 하나의 삶의 공간을 '오리고 붙여낸다'. 콜라주 기법으로 탄생한 이 공간에, 삶의 향이 진동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곧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세계를 만들어 내며, 작가 개인의 무의식적인 생각의 편린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모두가 홀로 존재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들고, 저마다의 이유로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공간은 기하학적인 면 구성을 통해 공간 분할이라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단색으로 처리된 면은 안과 밖, 위와 아래, 너와 나를 경계 지으며 차가운 벽이 된다. 어딘지 쓸쓸한 이 풍경들은, 이 시대의 고독한 단상들이다. 2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 이랜드 스페이스. 02)2029-988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