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 축제] 18개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향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서

KBS 교향악단
매년 봄, 클래식 무대에 활기를 더하는 교향악 축제가 이번에 스물세 번째 막을 올린다. 교향악 축제는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서울과 지방 오케스트라를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세우며 클래식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왔다.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일시적으로 막을 올렸던 축제는 관객들의 호응이 커 예술의전당의 상징적인 기획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18개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한국 교향악단의 현재를 선보이다. 올해 참여하는 교향악단과 솔리스트, 그리고 그들이 연주할 레퍼토리 등 2011년 교향악 축제의 포인트를 짚어본다.

말러 오마주부터 쉴리 초연까지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개박공연을 시작으로 부산시향의 폐막 연주까지, 10일과 12일을 제외하고 18일 동안 예술의전당은 오케스트라 선율로 넘쳐 흐른다. 참여 오케스트라만큼이나 그들이 자신 있게 선보이는 레퍼토리도 아시아 초연부터 창작곡 세계초연까지 다채롭다.

피아니스트 이경숙
무엇보다 말러 서거 100주년과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관련된 곡들이 눈길을 끈다. 수원시향의 수장 김대진은 리스트 탄생을 기념해 '파우스트 교향곡'을 꺼내 들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재로 작곡된 클래식 곡은 슈베르트의 가곡부터 구노의 오페라에 이른다.

리스트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영감을 받은 이 교향곡은 리스트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리스트는 파우스트, 그레첸, 메피스토펠레스를 각 악장의 테마로 내세워 캐릭터의 성격을 담아냈다. 흥이롭게도 파우스트를 묘사한 1악장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악마적 풍모가 드러나는 3악장에서 변주되어 나타나는데, 곧 선과 악이 명백히 분리될 수 없다는 리스트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교향곡을 절정으로 이끄는 것은 3악장의 분위기를 전복하는 신비한 합창. 테너 박현재와 수원시립 합창단, 그란데 오페라 합창단이 협연한다.

서거 100주년을 맞은 말러를 기념해 작곡된 부천 필이 세계초연한다. 'Fram-mento lugubre'를 작곡한 객원지휘자 이윤국은 "이탈리아어로 '토막'이란 뜻의 'Fram-mento', '장례'와 '어둠'을 뜻하는 'Lugubre'가 더해진 제목대로 깊은 슬픔을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
그는 비극적이고 음울한 표현을 위해 플루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울산시립교향악단(지휘 김홍재)과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지휘 김동호)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5번을 연달아 선보인다.

관심을 끄는 레퍼토리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쉴리의 '포켓사잉즈 교향곡'.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2006년 작곡한 곳으로, 이번에 KBS교향악단(지휘 크리스토프 캠페스트리니)이 아시아 초연한다.

이외에도 귀에 익은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뿐 아니라 이만방의 '아버지의 노래', 이인식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문경새재', 김지향의 '범패승의 위한 콘체트토' 등 창작곡의 초연도 눈에 띈다.

화룡점정 찍는 화려한 솔리스트

교향악 축제 공연을 모두 볼 수 없다면, 공연을 선택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선호하는 교향악단을 선택하거나 좋아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고르거나 혹은 매력적이고 실력있는 협연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서울 시향의 무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공연에 한 명 이상의 솔리스트가 협연한다. 올해도 중견 연주자부터 주목받는 라이징 스트들까지 망라된 화려하고 탄탄한 솔리스트들이 포진하고 있다.

'피아노의 향연'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번 축제에는 7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연한다.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모라 불리는 이 수원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으로 호흡을 맞춘다. 상당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슈니트케의 '피아노와 현을 위한 협주곡'은 장형준과 경상북도립교향악단이 맡아 관객을 만난다.

미국 줄이어드 음대 교수로 초빙된 강충모는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성기선)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한다. 그리고 유미정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김정은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등을 연주한다.

각각 프랑스와 독일에서 활동 중인 라이징 스타 이효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협연'와 김태형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4번'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현악기 연주자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 클라라 주미 강, 신현수 등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이들의 무대와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깊이 있는 해석을 보여줄 이성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의 무대가 축제를 빛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더불어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리스트 장중진, 미국 뉴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백나영(첼로), 덴마크 국립교향악단의 악장 홍수진과 첼로 수석 홍수경 자매 등 해외에서 활약 중인 아티스트들 역시 효향악 축제를 위해 대거 내한한다.

목관악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할 플루티스트 윤혜리, 오보이스트 김형섭과 김현곤(클라리넷), 김충배(바순), 김영률(호른)등 목관 악기 주자들의 섬세한 연주는 축제를 한층 풍성하게 꾸며줄 것으로 보인다. 각 교향악단의 연주 일정은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첼리스트 송영훈
대구시향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