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엘리펀트-인도 현대미술'전17명의 세계적 작가들 80여 작품, 무한한 가능성 보여줘

만주나스 카마스, '이제 그만'
최근 수 년간 세계 미술의 흐름과 미술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친디아(Chindia, 중국과 인도를 함께 부르는 말)의 급성장이다. 중국과 인도의 현대미술은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아오며, 미술시장에서도 불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미술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흐름에 대한 갈망과 함께 두 나라의 거침없는 경제성장에 따라 신흥 부자들이 자국의 미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다.

그중 인도 현대미술은 중국과는 또 다른 개성 있는 예술로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앞다퉈 특별전을 개최하고, 크리스티 및 소더비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인도현대미술전>(2009년), 예술의전당의 <혼성품전>(2006년) 등 대규모 전시를 비롯해 갤러리의 소규모 전시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아주 특별한 인도 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올해 '한국ㆍ인도의 해'를 맞아 한국의 문화 관광 특구인 인사동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인도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는 <자이언트 엘리펀트ㆍ인도 현대미술>전이다.

T.V. 산토쉬, '상처 안고 살아가기'
전시 제목 '자이언트 엘리펀트(거대한 코끼리)'는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 저력을 바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새롭게 떠오르는 '인도 미술'을 상징한다. 전시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T.V. 산토쉬, 팔하드 후세인, 딜립 샤르마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도 현대 미술가 17명의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은 매우 다양한 인도 현대미술을 세 가지 창(窓), 즉 시간, 공간, 인간의 관점에서 '전통문화의 재해석과 현대화', '다양성이 공존하는 작은 지구, 인도', '경계를 넘어서' 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열린다.

'전통문화의 재해석과 현대화' 코너는 인도 고유의 종교와 철학, 전통 복장과 장식, 민속적 요소, 전통 회화 기법 등이 두드러진다. 팔하드 후세인은 행복과 소비, 유머와 풍자, 섹스와 관음, 그리고 중류 가정의 정체성과 내면의 위선 등을 모티프로 독특한 회화를 보여주고, 난디니 발리 무티아는 전통 신과 관련된 이미지를 가상으로 현대화하여 구현한다.

친탄 우파드야이는 인도 전통 세밀화가 온 몸에 그려진 남자 아이의 이미지를 통해 미성숙한 인도의 모습을 상징하고, 다네쉬와르 샤는 일상 속의 동물을 주제로 인도 전통의 부족예술과 같은 독특한 표현을 한다.

'작은 지구, 인도' 코너는 현재 인도인의 꿈을 나타내는 도시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다. 만주나스 카마스는 건물 또는 풍경을 배경으로 서로 연관성이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포토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만들어 낸다.

필하드 후세인, '사랑의 촉매제'
딜립 샤르마는 스포츠의 역동적인 모습들을 원색적인 색으로 표현해 쿨 앤 펀(Cool & Fun)의 요소를 보여주고, 레지 아라켈은 뚱뚱하거나 이상하게 변형된 인물상을 통해 욕망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를 풍자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선발된 지지 스카리아는 인도에서 급속하게 일어나는 개발과 사회문제를 도시와 도시인의 상관성을 모티프로 삼는다.

'경계를 넘어서' 섹션에서는 인도 사회에 남아 있는 성별, 계급, 빈부, 인종, 지역 등의 경계를 다룬다. T.V. 산토쉬는 시민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받은 육체적 정신적 폭력과 이에 대한 저항 의식, 인간성 말살행위와 숨어있는 위험한 폭력의 지각 등을 표현함으로써 정치적 자유를 경계의 극복으로 제시한다.

이번 출품작 '상처 안고 살아가기(Living with a Wound)'는 뭄바이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을 주제로 하여 조각과 LED 스크린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비극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슈토쉬 바르드와즈는 현대사회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디어의 폭력과 지배에 대해 말하고, 리나 사이니 칼라트는 인도의 모든 행정절차에 필수적인 고무 도장을 주요 재료로 활용해 계급과 국적, 또는 종교의 차별성을 부각시킨다. 저스틴 폰마니, G.R. 이라나, 발라지 폰나, KP 레지 등도 고유의 방식으로 인도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

친탄 우파드야이, '스마트 알렉'
전시기획을 담당한 H큐브의 임민영 실장은 "인도의 현대미술은 독자적인 시각언어를 중심축으로 수천 년간의 역사가 현대미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며 "독특한 화풍과 인도사회를 반영하는 미학적 기준, 다양한 방법론과 스케일은 서구의 현대미술 어떤 것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인도 특별전은 전시 외에 인도 영화 상영, 인도풍 인테리어 등 인도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02-725-6987


딜립 샤르마, '플레이 스틱'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