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que1'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는 미술공간현의 '작가발굴'에 작가 박승예가 선정되었다. 박승예는 <괴물전: 산해경>을 제목으로 '괴이한' 이미지들을 쏟아낸다.

'산해경'이란 중국의 고대 지리책으로, "나라 안팎의 산천이나 바다에 사는 이물, 날짐승의 종류부터 중국의 신화, 전설 및 제사에 관한 것에서부터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고 한다. 박승예의 '괴물'이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이 '괴물'의 모델이 작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볼펜으로 그려진 이 '자화상'들은 그 재료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채색되고 그려져 있다. 음영과 색, 선과 굴곡이 군더더기 없이 깔밋하고 이쪽을 건너다보는 시선 또한 단정하다.

테라페이퍼(중성지) 위에 볼펜으로 원형의 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형태를 구축하고 스스로를 구체화시키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평론가 박영택은 "내부는 복잡하게 꼬였고 난해하고 미스터리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반듯한, 그러나 부분적으로 균열이 일어나고 인간과 동물이 섞이고 손과 얼굴이 들러붙는 변종, 기형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외부로 보이는 이미지 뿐 아니라,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내면과 외면 사이의 혼동을 인지했다는 것.

이 같은 주제는 그녀의 괴물 그림이 사실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고, 이 모습이 그녀 내부의 괴물 같은 자아와 외부로 드러나는 자아 사이의 괴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렇게 몰랐던 자아를 인식하게 함으로서 작가는 "작품 속에서 내 안의 괴물과 내 밖의 괴물이 충돌하면서 생성되는 아픔을 통하여 관람객 자신들도 스스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8월 30일까지. 02)732-555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