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서울발레시어터 1995년 첫선… 11년 만의 전막공연

록그룹 퀸과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음악. 민소매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플라잉 장치로 공중을 나는 주인공. '그리스'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잇는 청춘 뮤지컬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작품은 서울발레시어터의 록발레 'Being'이다.

최근 다양한 모던발레가 국내에서도 종종 공연됐기 때문에 록과 발레의 만남도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록발레만 해도 지난 2009년 국내에 소개된 독일의 '퀸'(원제 Homage to Queen, 2004년 독일 초연)이 있었다. 올해 5월에는 미국의 파슨스 댄스컴퍼니가 록오페라 모던발레 '리멤버 미(Remember me)'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 Being'은 그동안 제임스 전이 차례로 무대에 올렸던 'Being I, II, III'를 하나로 묶어 전막발레로 공개된다. 'Being' 시리즈가 단막이 아닌 전막으로 공연되는 것은 2000년 예술의 전당 공연 이후 11년 만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제목도 'Being Again'이 됐다.

'Being'에서 눈여겨볼 것은 그 시작이 되는 '현존(Being I)'이 무려 1995년 작품이라는 것이다. 당시는 록발레 혹은 모던발레의 차원이 아니라 발레 자체가 대중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하물며 이 작품에는 발레를 대표하는 흰색 튀튀나 낭만적인 비극의 서사도 없었다. 이 때문에 관객에게 이 작품은 발레보다 '댄스뮤지컬'이라는 명칭으로 회자됐다. 마침 같은 해 영국에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댄스뮤지컬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시대를 앞서갔던 ' Being'은 이 작품을 창단공연을 택했던 서울발레시어터의 정체성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임안무가인 제임스 전의 안무관을 보여준다. 지금도 관습처럼 이어지고 있는 한국 창작발레의 '전통문화와의 결합' 관행을 탈피해 클래식과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창작 방식이 그것이다.

"고전은 아름답고 재미있지만, 익숙해서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그래서 항상 오래된 것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창작을 고민한다. 이번 공연의 성패도 비슷한 지점에 달려 있다. 젊은 시절의 제임스 전이 공부하던 198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청춘의 현존과 발레 관객의 감각과 통하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강동아트센터 개관 기념작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서울발레시어터가 향후 서울 관객과 더 많은 만남을 갖기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9월 1일부터 4일까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