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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성화'는 계속 타오를 것인가?
이재용 상무 경영승계 행보에 관심집중, 변칙증여 시비는 뜨거운 감자

6월 7일 서울시청 앞 서울 광장.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전달돼온 올림픽 성화 안치식 행사가 열리던 이 곳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 여름 밤, 이 회장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지만 어깨는 다소 긴장된 듯 힘이 들어 가 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 회장은 올림픽 마라톤의 희망인 이봉주 선수로부터 건네 받은 성화를 원세훈 서울시 부시장과 함께 마련된 성화대에 안치시켰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모두가 일어나 우레 같은 박수와 갈채를 보냈고, “ 대~한 민국”의 함성은 또 한 차례 시청 광장을 진동시켰다. 활활 타오르는 올림픽 성화의 불꽃처럼, 이건희 회장의 ‘ 삼성 성화(星火)’는 과연 언제쯤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인가. 성화의 ‘ 안치 작업’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



- 철저히 가려진 2인자에 꽂히는 시선





지난해 말 상무보에서 상무로 한단계 격상된 이재용(36)삼성전자 상무의 행보는 지금 언론의 최대 관심사다. 심지어 올해 초 이 상무의 2세가 미국에서 태어난 소식은 모든 여성 잡지들이 대서특필할 만큼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그러나 그의 경영 스타일이나 리더십, 성격, 조직 적응력 등 경영 승계를 앞두고, 그의 본령이 담긴 개인적 스토리는 결코 알려진 것이 없다. 아니, 철저하게 차단돼 있다. 겉으론 조용하고 미동도 없어 보이지만, “ 이 상무의 경영 승계 행보는 물밑 속에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적정(?) 속도로 하나 둘 씩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상무는 얼마 전 거행된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 단상에 직접 오르지는 않았지만 임직원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 전체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이 상무는 또 6월 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 미주법인의 자선 행사 ‘ 포 시즌스 오브 호프’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등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전같이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해외 석학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경청하는 등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공식 보도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그룹의 주요 행사석상에서 그의 존재는 빠짐없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면서도 무색무취인 그림자만이 감지 될 뿐이다. 이 상무의 인간미라든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조직을 이끄는 강한 카리스마 등 그의 실체를 접하기에는 아마도 아직은 이른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이건희 회장이 강철규 공정위원장과 만나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요건 탈피 등 삼성그룹과 관련된 구체적인 현안들을 협의할 정도로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상, 2세 경영승계에 대한 담론은 삼성 내부에선 금언(禁言) 조항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 때’가 아닌 만큼,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철저하게 이 상무의 고유한 색채를 노출시키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가끔 오프 로드(off-road)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위상과 역할은 단지 세상과 동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 세자’의 모습을 넘어, 밖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삼성과 세상의 벽을 허물어 전체를 조망하는 중간자적 입지를 굳혀 가는 성숙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 노 대통령 집권 2기 맞아, '삼각파도'에

이 상무는 최근 국내 유수의 신문사 사주와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물론 이 상무가 일방적으로 이 언론사 사주의 얘기를 경청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화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그룹과 연결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즉시 행동(?)에 옮겼다는 것 만막琯?그의 위기 관리 능력은 후한 점수를 받을 만 했다. 치열한 경쟁의 언론 시장에서 외삼촌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에 대한 반감?애꿎은 삼성그룹에 화살이 돼 돌아 가는 엉뚱한(?) 소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 상무는 직시하고 있다. 여하튼 이 상무는 이미 냉철한 승부 세계의 논리를 피부로 실감하며 언제 뭐가 몰아 닥칠 지 모르는 실제 상황 속에서 험난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상무를 향한 파도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앞으로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측되는 전도때문이다. 총선 이후 삼성은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여권 내부의 진보 세력들로부터는 집중 공격의 타깃으로, 시민단체ㆍ민주노동당ㆍ노동계 등으로부터는 협공의 대상으로 비춰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 LG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이뤘고, SK는 이미 최태원 회장이 옥고를 치렀다”며 “ 현대자동차 그룹은 정의선 부사장에게 주식 증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의 진보 세력과 시민 단체 등의 표적은 당연히 삼성의 이재용 상무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이재용 상무의 변칙 주식 증여 시비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삼성의 아킬레스 건이다.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요건 문제,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축소 논란 등의 문제는 수면위로 떠오르기만 한다면 뜨거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다 검찰에서 수사 중단한 삼성채권의 출처 조사가 재개와 공정거래위로부터 구조조정본부 해체 압력까지 더할 경우 그룹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보다 ‘ 반(反) 삼성정서’는 더욱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재계 관계자는 “ 민주노동당과 일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재벌 운운하는데 한국사회에서 남아 있는 재벌이라면 삼성그룹 밖에 더 있느냐”면서 “ 오너 가족의 경영 승계에 대한 불만, 재계에서 독보적으로 거대 그룹을 형성하며 질주하고 있는 점에 대한 질시와 견제 등의 요인이 어우러져 ‘반(反) 삼성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삼성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 하투(夏鬪)를 맞는 노동계 세력들이 재계의 기를 꺾고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無)노조 경영의 삼성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집중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재용 상무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울 밖에 없다. 그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언론 등 세간의 관심사일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미래를 미리 들여 다 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통해 완전히 전문 경영인 체제로 그룹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삼성 구조본이 아무리 보호막이 된다고 해도 그에 대한 관심은 결코 식지 않을 전망이다. 달아 오른 성화의 불꽃처럼.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6-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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