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로 우리 주소를"

넷피아 '한글 인터넷 주소' '한글 이메일 주소' 보급에 나서
"우리 글로 우리 주소를"

넷피아 이판정 사장

일찍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을 통해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라며 한글의 본질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가장 편안하고 쉬운 언어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배어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글과 IT를 접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글인터넷주소’와 ‘한글e메일주소(홍길동@메일)’의 보급에 나서고 있는 (40)이다.

사실 영문 표기만 가능했던 인터넷주소는 비 영어권 국가의 국민들에게 자국어를 사용할 권한마저 박탈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비영어권 국가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영문인터넷주소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넷피아 이 사장의 당돌한 발상은 바로 우수한 우리 글이 있음에도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이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수한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가 굳이 불편한 영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 비 영어권 국가 최초의 개가

이 사장은 지난 7년을 ‘복잡하고 불편한 영문인터넷주소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국어 인터넷주소를 만들고 보급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온 시간들’이라고 말한다. 전 직원이 ‘열정과 도전’의 정신으로 비영어권 국가중 최초로 대한민국을 자국어 인터넷주소의 ‘실질적인 표준모델(De Facto Standard)국가’라는 자리에 올려놓는 결실을 맺었다는 것.

현재 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는 KT, 하나로텔레콤 등의 52개 대형 통신사들과 90여개 정부기관 및 정부출연기관, 24개 그룹사, 160개 상장사, 141개 대학교, 42개 언론사, 그리고 기타 459개 기업 및 기관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대형 세계지도가 눈에 확 들어 온다. 곳곳에 넷피아의 깃발이 꽂혀 있다. 전세계 95개국에 자국어 인터넷주소 솔루션을 수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욱이 넷피아의 자국어 인터넷 솔루션 수출은 단순한 ‘기술수출’이 아니라 ‘표준모델’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산업적인 의미가 무척 크다고 한다. 미국이 도메인 산업을 개척했다면 대한민국은 자국어 인터넷주소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포부다. 국내 토종기술로 세계표준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95개 언어의 자국어인터넷주소를 선수촌 인터넷 카페에 제공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자국어 인터넷주소의 세계화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넷피아는 유엔산하 WSIS(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에서 전세계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 WSIS WSA’ 후보에 선정돼 제3세계와 해외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8개국과 자국어 인터넷 주소 사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하와이와 중국 연변에서 서비스를, 태국과 불가리아에서는 시범서비스를, 그리고 말레이지아와 몽골에서는 네임서버를 업그레이드 시켜놓은 상태다.

넷피아는 중요한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은 e메일 역시 ‘자국어e메일주소’ 솔루션을 개발,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7월, 본격적인 상용화를 시작한 한글 e메일주소(홍길동@메일) 서비스는 기존의 어렵고 복잡한 영어 e메일주소 대신 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한글e메일주소(홍길동@메일)를 사용하여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서비스다. 예컨대, 언론사 등 신문사의 담당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고 싶으면 e메일 주소란에 OOO@기자만 입력하면 된다. 이와 같이, 개인의 이름, 별명, 직급, 소속 등 사용자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를 e메일 주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얼짱@메일’, ‘세일즈맨@삼성’처럼 짧은 한글 몇 자로 개인과 기업의 개성을 살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 서비스는 @앞의 ID 와 @뒤의 계정 모두 100% 우리말, 우리 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를 몰라 사용이 제한되었던 어린이, 중노년층 등 일부 계층의 e메일 사용 확대에 큰 몫을 할 것이 확실하다.


-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평가 받겠다"

이 사장은 “궁극적으로 넷피아가 추구하는 것이 자국어 인터넷주소와 자국어 e메일주소를 통해 세대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와 전자정부의 구현을 앞당겨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한가지 이 사장은 후손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떳떳한 넷피아를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와 리얼네임즈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의연하고 단호하게 한글 인터넷주소 사업을 지켜냈던 것도 넷피아가 ‘한글지킴이’역할을 담당, 후손들에게 떳떳한 기업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은 어린이를 유해한 음란사이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웹 클린 21’소프트웨어를 개발, 무료로 배포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일일결산시스템을 활용한 실적공유책임제를 시행중이다. 매출에서 매출 원가와 본부별 책임비용(기본비+사내유보비용)을 차감한 경상이익에 대해 각 본부별로 2~10%의 배당률을 곱해 분기말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임직원들의 CEO마인드 고취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오늘의 넷피아가 있게 된 이유에 대해 위기의 순간마다 혜성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신 분들과 무엇보다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지난 7년간 넷피아를 사랑해주고 격려해 준 고객과 파트너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또한 넷피아의 성장 동력이라는 것을 이 사장은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강신호회장@전경련,” “김용구회장@중기협”
경제계 인사에 한글 이메일 주소 기증

한글 인터넷주소를 개발, 보급하고 있는 넷피아(대표 이판정)은 정보격차 해소 촉진을 위해 주요 경제계 인사에 한글 e메일주소를 기증하는 등 대대적인 한글 e메일주소 보급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7월29~31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제주여럼포럼(Jeju Summer Forum)에 참석, 한글 e메일주소를 통한 정보격차 해소 및 경영혁신 캠페인과 함께 전경련 강신호 회장과 기협중앙회 김용구 회장 등 주요 경제계 인사에게 한글 e메일주소(홍길동@메일)을 기증하는 행사를 가졌다.

은 “한글 인터넷주소에 이어 한글 e메일주소가 기업의 통신비용 절감을 돕고 기업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글 e메일주소를 통해 국가경제적으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글 e메일주소를 기증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신라호텔은 최근 네임 서버를 전세계 95개국 언어가 지원되는 넷피아의 자국어 인터넷주소 네임서버로 업그레이드해 내방하는 외국인들이 쉽고 편한 자국어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번 행사에서 한글 e메일주소 도입을 신청한 기업은 전경련과 기협중앙회외에, 애경, 삼양사, 신한카드, 금호건설, 한독약품, 에넥스, 유한킴벌리, 한국서부발전, 코스닥증권, 웅진식품 등 모두 72개 기업에 이른다.

최영규 기자


입력시간 : 2004-08-18 14:11


최영규 기자 choiyk56@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