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깨어나는 빅 마켓"한-러 비즈니스서 성공신화 쓰는 대표적 기업, "인맥이 성공의 반"

중소기업의 러시아 진출 '길잡이' 로약스
"러시아는 깨어나는 빅 마켓"
한-러 비즈니스서 성공신화 쓰는 대표적 기업, "인맥이 성공의 반"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9월20~23일)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 간의 경제교류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특히 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이 러시아 투자를 위한 협력약정(MOU)을 체결한 것은 향후 한국 기업의 대외 투자 방향과 러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러시아 진출을 위한 중소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해 신흥시장을 향한 ‘러시아 러시’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러시아 시장에 대한 선입견, 즉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 관세 및 금융 장벽, 인프라 부족, 마피아 등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어 러시아 진출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ㆍ러 국교수립(1989년) 직후부터 러시아와 교역, 현재 중견 기업으로 자리잡은 ‘로약스(Royaks)’의 성공 사례와 러시아통으로 알려진 최효무(43) 로약스코리아 대표의 전문적인 시각은 러시아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러시아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MEMO)의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성학씨는 지난 9월 발간한 ‘러시아 비즈니스’라는 저서에서 로약스를 러시아 교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중소기업으로 꼽고 있다.


- 러시아 전역에 250개 딜러망 구축

지난 1992년 ‘초이시스(CHOISIS)’를 설립해 본격적인 한-러 비즈니스에 나선 로약스는 1998년 디지털 제품인 보이스 펜(Digital Voice Recorder)을 러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런칭, 그해말 270만 달러의 대러 직접 수출을 기록했고, 2000년 로약스로 상호를 변경한 뒤 400만 달러, 2001년에는 500만 달러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는 보이스펜 중심의 수출 패턴을 시장 흐름에 맞게 MP3, 영상전화기, 화장품 냉장고, 인버터용접기 등 사업 다각화를 이뤄 550만 달러의 수출을 달성한데 이어 2004년에는 중국 현지공장(로약스 차이나)를 설립해 러시아 시장에 대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캐나다를 거점으로 미주지역 개척에 나서고 있다.

2001년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대통령의 방한을 주도한 최효무(왼쪽)씨와 최효술(오른쪽)씨.

로약스는 러시아 내에 지문인식시스템을 연구ㆍ개발하는 Robiometrics와 수출입 업무 및 러시아내 판매를 위한 Bariant Service, 의료기기 전문 판매회사인 Royalmed 및 Balhai Service의 4개 자회사가 있다. Expert cargo service는 6년의 실적을 쌓은 정식 세관 딜러로서 Philips, Bosch, mercedes-benz 등의 일류 기업들의 제품을 정식 통관하는 딜러로 성장했다.

현재 로약스 모스크바 본사 대표인 최효울(35)씨는 최 대표의 친동생으로 1993년 외국어대 재학 중 러시아로 건너가 국제관계대학(MGIMO)을 졸업하고 오늘의 로약스를 있게한 장본인으로 2001년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해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로약스는 서울에 별도 법인(로약스코리아)이 있으며 모스크바에 100개, 러시아 전역에 250개의 딜러망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 직원은 러시아인으로 학사 37명, 석사 18명, 박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효무 로약스코리아 대표는 “러시아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현재 러시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레닌 언덕 뿐”이라며 “1999년 플러스 성장후 5년간 5%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고 지난해는 7.3%의 성장을 하는 등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한국이 진출할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ㆍLG 같은 대기업은 문제가 없으나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 인맥, 정보 등에서 대기업에 비할 바가 못돼 러시아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르고 덤벼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1996년 자동차 투자에 나섰던 대우가 값비싼 수업료만 치르고 물러난 대우와 도시락면으로 유명한 한국야쿠르트의 러시아 현지 공장 설립 실패(현재는 원활히 가동중)를 예로 들기도 했다.

최 대표는 기업의 러시아 진출, 특히 중소기업이 러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경쟁력 못지않게 ‘러시아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러시아 정보, 인맥, 유통망 및 딜러가 필수적이라는 것. 그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파트너 선정’이 사업성패의 50%를 좌우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사전준비를 해 파트너를 선정해야 하고 러시아의 모든 기관들은 공권력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단속하기 때문에 이들과 사전 조율해 단속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인맥’이 적지않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전자업계가 러시아 시장을 석권하고 초코파이나 도시락면이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된 것은 유통망과 딜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처음 러시아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은 특히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성공의 지름길

로악스 러시아 사무실

최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놓고 고민하는 기업에 대해 “현재 중국은 전 세계의 투자가 포화된 상태로 ‘최고’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지만 러시아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러시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우리의 진정한 경제 파트너라는 인식 전환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금융ㆍ관세 등 제도가 정비되고 있고, 푸틴 대통령의 확고한 개혁의지로 마피아 등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사라지는 등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러시아는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고 중산층 확산에 따라 소비재 위주의 제조업이나 건물리모델링,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분야의 진출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사양길에 접어든 벤처 분야 중 러시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많다”면서 “로약스가 (벤처기업의)러시아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로약스는 2002년 러시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고르바초프 재단과 러시아 투자에 관한 MOU를 체결했고, 러시아 본사 대표인 최효울씨의 부인이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전직 문화부장관의 딸이자 그녀의 백부가 러시아 연방 전직 검찰 부총장을 역임하는 등 러시아내 ‘인맥’이 탄탄하고 딜러를 비롯한 유통망, 러시아에 대한 정보 등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하는데 로약스가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0-14 10:5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