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로 직접판매업계 논란 마침표, 제이유 네트워크 '날개'

11월24일 대법원은 직접판매(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한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렸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위반 및 유사 수신 행위 등 혐의로 2002년 3월 기소됐던 제이유네트워크(회장ㆍ주수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독특한 마케팅 방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제이유네트워크의 사업 내용이 적법한 것인가에 대한 그 동안의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제이유네트워크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네트워크 마케팅 판매 방식에 대해 분명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판례”라며 “우리 회사뿐 아니라 전체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에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제이유네트워크가 주창한 이른바 ‘소비생활 마케팅’이 합법적이라는 공인을 받음에 따라 이런 방식의 영업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마케팅 방식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한층 가열되면서 시장 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1위 위상 굳히는 계기

일단 제이유네트워크 측은 업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굳힐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수 년째 뒷덜미를 붙잡았던 ‘불신의 딱지’를 떼냄으로써 이미지 개선 효과뿐 아니라 영업력에 날개를 달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업자들의 고소ㆍ고발로 법정 공방에 휘말렸던 제이유네트워크가 굴레를 벗어나게 됨에 따라 업계 전체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벌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며 주판알을 튕기는 분위기다. 제이유네트워크식 마케팅의 경쟁력을 다시 따져보고 향후 사업 전략에 이를 반영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대안은 대체로 자사의 마케팅 방식을 더욱 강화해 맞불을 놓느냐, 아니면 벤치마킹을 하느냐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직접판매 업계에서 마케팅 방식은 성패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어떤 기법을 내세우느냐에 따라 회원 숫자와 호응도가 달라질 뿐 아니라 적법과 불법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하는 것이다.

제이유네트워크의 ‘소비생활 마케팅’은 일정한 매출 실적을 올린 회원들에게 ‘포인트’를 부여하고 그 비율에 따라 회사가 올린 이익을 나눠 갖도록 한 시스템이다.

특히 일부 상위 회원들에게 수당이 집중되는 대부분 업체들과 달리 포인트를 가진 하위 회원들도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보상 플랜(보상 체계)이 설계됐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런 보상 플랜의 특징 때문에 애초에는 ‘포인트 마케팅’ 또는 ‘공유 마케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 ‘소비생활 마케팅’으로 명칭을 다시 바꿨다.

제이유네트워크 필리핀 법인.

이는 제이유네트워크의 마케팅 방식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자 유사한 방식을 내세운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데다, 그 중에는 불법적인 영업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마일리지 형태로 포인트를 적립하면 거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회원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은 뒤 가로챈 업체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업체는 물품 거래 없이 돈만 오가는 등 전형적인 유사 수신 영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 김은엽 국장은 “제이유네트워크의 마케팅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쫓아 방식을 변형시킨 업체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확정 수당을 약속하는 업체의 경우 매출이 따라주지 않으면 회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상 플랜이다. 대부분 직접판매 업체의 마케팅 방식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이 판매되며, 그 소비자가 다시 판매원이 되어 또 다른 소비자를 판매원으로 이끄는 다단계식 구조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그런 까닭에 실질적으로 직접판매 업체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얼마나 소득을 돌려 주느냐 하는 보상 플랜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들의 마케팅 방식은 큰 틀에서 동일하며 다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과 기법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원활동 앞서 장단점 따져봐야

최근에는 대부분 업체들이 경쟁사들의 특징과 장점을 금세 본뜨기 때문에 영업 방식이 거의 흡사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판매 회원으로 활동하고자 한다면 가입하기 전에 우선 업체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이 괜찮은지, 종류는 다양한지 여부 등을 따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제이유네트워크 관계자는 “단시간에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일일 뿐더러, 그 같은 말로 현혹하는 업체들은 십중팔구 불법일 가능성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판매 업계 현황

직접판매는 1990년대 초부터 ‘다단계 판매’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 세계 최대 다단계 업체인 암웨이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더욱 끌어 모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소위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불법 다단계 조직이 활개를 치면서 정상적인 다단계 업체들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울러 유망한 소득원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다단계 업계는 본격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자 최근 업계는 다단계 판매나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직접판매를 쓰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2003년 출범한 특수판매공제조합과 직접판매공제조합도 업계 이미지 개선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직접판매 업체들을 의무적으로 조합에 가입하도록 해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한편 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

우량 회사들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자체적인 정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스스로 윤리 규정을 세워 엄격히 준수하거나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국민들의 편견을 씻어가고 있는 것이다.

판매하는 제품들도 일상 생활 용품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으며 품질도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향상됐다는 평가다.

한때 암웨이 등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던 데 비해 최근 토종 기업들이 급부상한 것도 큰 변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매출 1위와 3위를 제이유네트워크, 하이리빙 등 국내 업체가 차지했다.

2위는 한국암웨이였다. 특히 제이유네트워크는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만큼 절대 강자로 떠올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영업 중인 직접판매 업체는 토종과 외국계를 합쳐 130여개사이며 이들 업체에 회원으로 등록된 판매원은 370여만명에 달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