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거론 지역 대기 수요로 아직은 보합세 유지, 투자 메리트는 사라질 듯

정부의 잇단 집값 버블(거품) 경고로 부동산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버블 세븐’(강남 3구와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7개 거품지역)을 중심으로 꼭짓점에 도달한 후 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는 단계라며 국민들의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말 거품 붕괴 직전의 코스닥 시장과 유사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품 붕괴론을 앞장서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또 다른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며 대체로 비판적인 모습이다. 집값은 정책이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정책 당국자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는 것이다.

본질적인 부동산 정책 제시가 아닌 거품 붕괴론 같은 곁가지로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 위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가격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하락세를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

건설교통부는 국민은행의 5월 22일자 조사 결과를 근거로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이 약세를 보이며 평균 0.6% 떨어졌다고 26일 밝혔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 0.4%, 서초구 0.3%, 송파구 0.8%가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2월 중순 이후 계속 오름세를 타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떨어진 셈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서 강남 지역의 전체 아파트값의 상승률도 큰 폭으로 둔화됐다. 지난주에는 0.9% 상승했으나 이번주에는 0.1% 상승에 그쳤다. 서울 전체로 봐도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이 0.3%에 머물러 지난주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시중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조사결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도 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1.07% 떨어지는 등 서울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평균 0.16%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이 회사의 그동안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정부, 대세 하락 전망

건설교통부는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다’ 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신규 택지를 통해 10만 가구가 강남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고, 강남ㆍ서초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 초과한 점, 그리고 강북 지역 재개발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뚜렷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수요 측면에서도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재건축 개발부담금 신설 등으로 앞으로 투기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도 ‘하향 안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들어갔다”며 “하락세가 곧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에 이어 이르면 7월쯤 서울 지역의 전체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건교부는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 가격 급락은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거품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대표는 “집값이 거의 꼭짓점 가까이 이른 만큼 일정기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신규 진입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정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버블 세븐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있어 강남 지역은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변수가 많아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버블세븐으로 거론한 지역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요가 워낙 탄탄해 가격 급락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규제강화가 8월 실시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산세와 종합소득세 부담 등을 실제 피부로 느끼게 되면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며 “정부의 3ㆍ30 대책이후 다른 지역은 이미 하향세로 돌아섰으며, 강남권도 조만간 약보합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팀장은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강남권 아파트 보급률을 40% 가량 늘릴 것이라고 하나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에 이 지역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 팀장은 2기 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는 2010년께나 이 같은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강남은 어느 곳보다 탄탄한 대기수요가 많아 급락의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를 무릎 쓰고서라도 강남을 고집할 만한 투자메리트는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개구의 2004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의 평균 집값 상승률은 28.6%로 서울 평균(12.5%)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03년 말에 강남의 10억짜리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3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강남에서 이처럼 고수익을 올리는 것은 더 이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규제 많은 아파트 대신 직접·임대상품으로 눈 돌려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 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데다 거품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아파트의 투자 메리트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들은 아파트 대신 상가, 오피스텔 등 임대수익형 상품과 부동산 펀드 등 간접상품에 눈길을 돌릴 만하다.

임대수익형 부동산과 간접상품은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아파트에 가려 수요자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수익형 부동산과 간접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장 부동산팀장은 "임대수익형 상품과 간접상품은 그동안 가격 상승률이 가팔랐던 강남권 아파트 등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일부 지역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은 공급 과잉 상태를 보여 자칫 물건을 잘못 골랐다가는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저금리시대 대안 부동산 간접상품>

저금리 시대를 맞아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 등 간접상품을 통해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간접상품은 수백만원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도를 낮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모으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동시에 세금 감면 혜택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또 부동산 펀드는 각종 세금 혜택을 받고 있다. 양도세 대신 배당소득세(15.4%)만 내면 되고, 취득ㆍ등록세(4.6%)도 50% 감면받는다.

최근에는 해외 투자형 상품 출시가 늘고 있다. 국내 투자물건이 부족한 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자 운용사들이 외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간접상품의 목표수익률은 보통 연 6~8%대, 만기는 1년 미만에서 5년 이상까지 다양하며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매입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 속성상 최악의 경우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때는 물건 분석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인해보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오피스텔ㆍ상가는 입지여건이 중요>

오피스텔은 대표적 임대상품이긴 하지만 최근 2∼3년 새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규제가 적어 상업지역 도로변에 집중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오피스텔은 아직 공급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오피스텔을 구입해 임대를 하려면 테헤란로, 강남대로, 여의도, 마포로, 세종로 가로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곳은 업무 밀집 지역이어서 임대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오피스텔 수익률은 평균 5∼8%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돼 지역별로 수익률이 큰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임대가 목적일 때는 원룸형이 좋고, 시세차익이 목적이라면 30평대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면서 상가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주택시장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여윳돈을 상가를 비롯해 수익형 부동산에 넣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가는 입지, 분양성, 상권, 유동인구 등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동자금이 들어온다 해도 모든 상가가 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유 소장은 "단지 내 상가는 배후 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관심도가 늘어날 수 있고, 입지여건이 좋은 근린상가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며 "그러나 쇼핑몰은 공급 과잉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특화 전략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혁 산업부 기자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