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영일 파라다이스 호텔 사장리노베이션 마치고 초일류 호텔 면모 갖춰, 고급화 전략으로 고객만족도 극대화

“파라다이스호텔이 부산의 명소로서 뿐만 아니라 서울의 일류호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또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명문 호텔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부산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머물러 보고 싶은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이 최근 리노베이션(시설 개보수)을 마치고 휴가철을 맞아 새 모습을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새 단장 작업을 진두지휘한 이영일 파라다이스호텔 대표이사 사장은 “파라다이스호텔이 이제 명실공히 명성과 내실면에서 초일류 호텔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자신한다.

객실당 1억원의 개보수 비용 투자

올 초 본관 전면 개보수에 나선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달에 5개월 여 걸친 공사를 완료했다. 레스토랑을 포함, 모든 객실을 새로 꾸미고 새 집기들도 들여 놨다. 설계와 공사는 미국의 유명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스튜디오 가이아(Studio Gaia)의 주도로 진행되었는데 새로 꾸며진 룸은 최신 트렌드와 스위트홈 같은 아늑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이 한층 돋보인다.

무엇보다 객실에 새로 놓여진 침대는 ‘포켓 스프링’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호텔들은 많은 손님들이 거쳐가기 때문에 내구성을 고려, 스프링이 강한 침대를 사용하는 것 일색인 데 반해 이번에 새로 들여놓은 침대는 일반 침대보다 2배 이상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파라다이스호텔을 찾는 고객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또 객실 바닥과 벽면은 대리석으로 치장됐고 화장실에는 최고급 수준의 비데인 ‘워시 렛(Wash let)’이 부착됐다. 욕조와 세면대도 최고급 석재로 교체됐으며 전 객실에 LCD TV가 비치됐다. 이 대표는 “이는 서울의 어느 특급호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수준의 투자로 그만큼 파라다이스호텔이 앞서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테리어나 외관이 달라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더 크다”고 말한다. 이번 개보수가 환기 시스템, 배관 설비 등 보이지 않는 내부 설비까지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공사였기 때문. 구체적으로는 기존 철제 배관을 모두 동관으로 바꿨고 낙후된 전선도 안전과 전송 효율을 위해 새 케이블로 대체했다.

보통 호텔 투숙 손님들은 여름에는 냉방만을, 겨울에는 난방 환기만을 이용할 수 있다. 2개의 파이프관을 통해 한가지 에어컨디셔닝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흐린 날이나 환절기. 봄, 가을이면 손님마다 냉방 혹은 난방 등 서로 다른 요구를 하는 통에 호텔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제 파라다이스호텔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냉방이든 난방이든 아무 때나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고 이 대표는 자랑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방안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개보수에 종전보다 2배로 늘어난 4개의 동파이이프 시스템이 적용된 덕이다. 또 실내 공기를 걸러 신선하게 유지시켜주는 환기 시스템도 전면 교체했다.

이번 개보수에 든 비용은 260억여 원. 1999년 개관한 신관과 본관을 합쳐 총 540실의 객실 중 본관 객실이 259실인 점을 감안하면 객실 1실당 1억원의 개보수 비용이 투자된 셈이다. 이 대표는 “APEC 정상회의 이후 높아진 부산 브랜드와 연계한 고급화 전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과감한 투자와 세심한 배려”라고 말한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이번 리노베이션을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부산에 있지만 서울이나 도쿄 등 웬만한 대도시의 호텔들과 비교해 손색 없는, 아니 어떤 면에서 더 뛰어난 호텔로 키워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지요.”

이 대표는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이 서울신라와 제주신라와 함께 국내에 단 3개밖에 없는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LHW)’의 회원 호텔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 나라, 그 도시에서 최고 수준의 호텔이 아니면 이 멤버십 자격을 얻지 못합니다.”

이번 리노베이션이 호텔 ‘하드웨어’ 측면의 개혁이라면 ‘소프트웨어’ 부문의 리노베이션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2004년 2월 부임한 이 대표가 호텔의 서비스 수준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온 것.

“제가 취임한 후 직원들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처음에는 어딘가 경직돼 있고 침체돼 있는 듯했는데 차츰 표정이 풀리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런 변화에는 이 대표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왠지 대표이사를 대하기 어려워하던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인사하며 의견을 들은 것이 그가 처음 시작한 시도.

“직원들이 제가 먼저 말을 거니까 다들 ‘왜 그러냐’고 이상하다고 했어요.” 이 대표는 또 직원 500여 명의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함께 등산을 다니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는 호텔이잖아요.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이 즐거워하고 밝아야만 서비스도 그만큼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부임 이후 직원들과 함께 하는 등산은 이미 일상사가 됐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데 벌써 부산의 산은 모두 등정했고 지금은 시 외곽으로 나가고 있다. ‘체력을 키워야만 업무도 건강해지고 회사 수익도 올라간다’는 신념 때문이다. 또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경영자라는 의식도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호텔 경력 31년의 '호텔맨'

항상 깔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빚어 넘긴 헤어 스타일은 호텔 경력 31년인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 신라호텔 건설 때부터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호텔맨으로 인생 항로를 변경한 독특한 경력의 그는 “기계보다는 서비스가 더 몸에 밴 호텔맨”이라고 자부한다.

“이제 파라다이스호텔을 국내 5대, 나아가 세계 100대 호텔로 도약시키는 것이 남은 숙제입니다. 세계 일류호텔들과 벤치마킹을 통해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지의 세계 100대 베스트호텔에 선정되는 영광을 5년 이내에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거듭 야심찬 포부를 밝힌 이 대표는 “이제 외적 여건이 갖춰졌으니 내적 역량을 강화해야겠다”며 “고객을 위해 변신하는 파라다이스호텔의 노력을 고객들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