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물놀이 공원 오픈·확장으로 '지존' 캐리비안 베이 아성 흔들

▲ 홍천 대명 오션월드.
캐리비안 베이의 물좋은 시절도 끝나가나.

국내 대표적인 물놀이공원 1호인 에버랜드 리조트의 캐리비안 베이가 ‘워터파크의 지존’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캐리비안 베이가 그동안 누리고 있던 독보적인 지위를 위협할 만한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놀이공원 업계에 새 트렌드는 ‘워터파크 오픈 러시’이다. 넓은 면적에 각종 물놀이 시설들을 갖춘 대형 워터파크가 새로 문을 열거나 기존 소규모 워터파크들도 면적과 시설을 보다 확장, 속속 대형 워터파크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션월드’, ‘스파밸리’, ‘통도 아쿠아 환타지아’, ‘아쿠아’ 등···. 최근 문을 연 물놀이 시설들의 이름이다. 1~2년새 새로 등장한 워터파크만 4~5개나 된다. 그것도 모두 대형 물놀이공원급이다. 때문에 1996년 국내 처음으로 물을 주제로 한 대형 워터파크로 오픈한 캐리비안 베이의 독점적 위치가 흔들릴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여름에는 캐리비안 베이에 필적할 만한 대형 워터파크 2곳이 문을 열어 캐리비안 베이를 긴장시켰다. 바로 ‘오션월드’와 ‘아쿠아 환타지아’.

대명레저산업이 지난 7월 초 강원 홍천에 있는 비발디파크 내에 개장한 오션월드는 물놀이공원으로는 초대형급으로 관심을 모았다. 실내 4,000평, 실외 7,000평, 그리고 호수공원 1만5,000평 등 총 3만여 평의 대단위 규모로 설계됐으며 동시 수용 가능한 인원이 1만 명에 육박한다. 캐리비안 베이의 수용 한계 인원이 최대 1만3,000명으로 설정된 것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 규모다.

오션월드는 이집트 사막의 오아시스풍으로 전체를 설계했고 거대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이미지를 이용해 이집트 특유의 신비로움을 연출하는 시설물들로 제작, 기존의 워터파크들과는 차별화를 꾀한 것도 여름 시즌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특히 국내 최장인 300m 급류타기 시설인 ‘익스트림 리버’는 다른 워터파크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과 스릴감을 갖춘 시설로 인기를 누렸다. 대명리조트는 단양 콘도에도 아쿠아월드라는 중형 규모의 워터파크를 이미 개장, 수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부산 경남권 지역에도 대형 워터파크가 새로 문을 열어 지역 워터파크의 맹주로 등장했다.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동일의 계열사인 ㈜동일리조트가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통도 아쿠아 환타지아’를 개장, 운영에 들어간 것.

지난 8월 초 오픈한 아쿠아 환타지아는 남부권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로 특히 캐리비안 베이의 경남 지역 고객들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 놀이공원인 통도 환타지아 내에 있는 7,000여 평 대지에 건립된 아쿠아 환타지아는 파도풀, 토렌토 리버, 키디풀, 레저풀 등 4가지 종류의 풀을 갖추고 있다.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파도풀에서는 첨단 파도 생성기가 만들어내는 6가지 종류의 파도를 즐길 수 있고 레이싱 등 각종 미끄럼을 탈 수 있는 슬라이드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한화리조트의 설악 워터피아까지 이번 여름 대규모 스파 시설을 추가로 증설한 것도 캐리비안 베이에겐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소다.

설악 워터피아는 지난 7월 제2 설악워터피아인 ‘아쿠아’를 선보였다. 이번에 조성된 워터파크 아쿠아는 기존의 설악 워터피아가 1만여 평의 대형 시설임에도 6,000여 평을 추가해 개발돼 명실공히 대규모 프리미엄급 스파 테마파크로 떠올랐다.

놀이시설에만 집중되던 기존 워터파크 개념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생활 트렌드로 떠오른 웰빙과 내츄럴을 지향, 놀이는 물론 건강과 휴식을 온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복합형 테마파크로 선보인 것도 특징. 한화리조트는 기존 워터피아를 ‘스파’, 신규 조성한 단지를 ‘아쿠아’라 이름 짓고 한층 고급스런 이미지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캐리비안 베이를 울상짓게 만드는 것은 새로 건설된 초대형 워터파크들만이 아니다. 덕산 스파캐슬과 대구의 스파밸리, 파주 금강산랜드, 이천의 테르메덴 등이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준대형 수준의 워터파크 등 대형 물놀이 공원이라 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수준높은 스파 시설들이 그들.

물놀이 시설들보다는 스파나 사우나 개념에 비중을 싣고 있는 아산 스파비스 같은 곳들도 비록 워터파크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워터파크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위협하는 시설들이다.

특히 대명리조트와 한화리조트가 오픈한 대형 워터파크는 잠재적으로 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캐리비안 베이와 달리 그들은 대규모 숙박단지를 바로 옆에 끼고 있어 가족 단위 고객들을 유치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또 씀씀이면에서 연인이나 젊은이 위주의 캐리비안 베이보다 호조건이라 수익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은 워터파크 사업과 연계해 인근 4,000여 평 대지에 호텔형 콘도와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시설을 내년 6월까지 조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홍천은 겨울철 스키장도 갖고 있고 설악은 설악산을 끼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워터파크 문화가 단순한 물놀이 시설에서 건강과 목욕 시설이 추가되는 웰빙 개념의 스파 시설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캐리비안 베이를 긴장하게 한다.

아무래도 캐리비안 베이는 물놀이 시설에 치중, 스파 개념이나 시설이 다른 곳들보다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시설면에서도 캐리비안 베이는 박노빈 대표 취임 이후 바데풀과 버진 아일랜드를 증설한 것 빼고는 크게 주목 받을 만한 시설 도입이나 추가 확장은 없는 편이다.

이처럼 홍천과 설악, 경남권 등 전국에 걸쳐 사방에서 협공을 당하게 된 캐리비안 베이도 나름대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신규 시설인 바데풀을 선보였고 신용카드 회사 등과 제휴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는 것 등이 고육책들. 올 여름 외환 플래티넘 카드 소지자에게 일정 기간 무료 입장을 실시하는 등 무료 및 할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때문에 캐리비안 베이는 개장 초기만 해도 수용 가능 인원 한도에 묶여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여름마다 홍역을 앓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럴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에버랜드와 연계 상품을 만들고 앞에 숲을 만들어 고객들이 땡볕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등의 편의 개선도 한몫했지만 아무래도 예전만은 못한 상황.

▲ 캐리비안 베이(좌), 설악 워터피아.

이처럼 물놀이공원들이 줄지어 세워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원시설협회 임경환 부장은 “여름철 평범한 수영장보다는 각종 시설을 고루 갖춘 워터파크에 사람들이 훨씬 더 매력을 느끼고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우리 사회의 여름철 물놀이 문화 수요가 알게 모르게 한단계 업그레이드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해석한다.

특히 유일무이한 대형 워터파크로 그동안 독점 효과를 누려오던 캐리비안 베이의 위상에도 조심스럽게 변화가 점쳐진다. 전국 곳곳에 유사 시설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어쨌든 기존의 시장을 나눠가져야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시설들은 또한 기존 워터파크를 철저히 벤치마킹, 운영면에서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리조트측은 “올해 캐리비안 베이 누적 입장객이 지난해보다 4% 정도 늘어나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장객 숫자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업계는 올해 새로 개장한 테마파크들이 널리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앞으로 입소문이 나면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게다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나 리조트 업계에서 워터파크가 최근 인기를 끄는 화두로 떠올라 있다”며 “앞으로도 여러 개의 대형 워터파크나 스파들이 건설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대형 물놀이 시설들이 더 늘어나게 돼 이래저래 캐리비안 베이를 비롯한 워터파크들 간의 물놀이 경쟁은 더욱 불을 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